"사람들이 더 하라고 소리쳤어. 실내는 온통 환호로 가득했지."
바흐 'G 선상의 아리아' 에서 멜로디를 따 온 명곡이지요.
"천장이 날아갈 듯 우린 술을 더 가져오라고 소리쳤어."
두 사람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최적임자라고 저는 판단했고, 절대 파격 인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눈과 귀를 닫아 버렸습니다.
"내 눈은 감은 것이나 다름없었지."
윤석열 대통령이 몸을 앞으로 숙이며 두 손을 내밀어 책상을 짚었습니다. 독대를 청한 한동훈 대표 앞에서 취한 자세입니다.
함께 일했던 검사들이 '특유의 고집스러운 자세'로 기억한다는 몸짓이지요.
'어디 한번 해 볼 테면 해 봐라.' 자리도, 한 대표와 정진석 비서실장을 함께 불러 앉힌 모양새였습니다.
윤-한 인연 21년, 갈등 1년이 파국으로 끝났습니다. 탄핵 소추에 이어 한동훈 체제가 다섯 달 만에 무너졌습니다.
두 사람은 한때 '문재인 검찰의 황태자'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로 불렸습니다.
검사 시절 좌천됐다가 극적으로 부활한 행로도 닮았습니다.
정치 입문도 거침없었지요. 인간형은 사뭇 다릅니다.
9수 합격과 '소년 급제', 윤석열식 뚝심과 한동훈식 논리는, '소맥'과 제로 콜라만큼 대조적입니다.
한 전 대표는 탄핵 찬성, 반대, 찬성을 오가며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총리와의 공동 체제를 덜컥 받은 것도 패착이라면 패착이었습니다.
한 전 대표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 가결 직후 "포기하지 않겠다"며 늘어 놓은 궤변과는 다릅니다.
그는 열여덞 명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이끌어 국민의힘을 벼랑 끝에서 구했습니다. 머릿수를 앞세워 염치없이 당권을 장악한 친윤과 완전히 갈라섰습니다.
바로 그것이 재기의 바닥이 될 수 있습니다.
시인은, 어판장 바닥을 파닥파닥 치는 생선들을 '육탁', 몸으로 두드리는 목탁이라고 했습니다.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
12월 16일 앵커칼럼 오늘 '윤석열의 길, 한동훈의 길'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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