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산불은 동해안 영덕까지 번졌습니다. 밤새 동해안 도로에서는 피난 행렬이 이어지며 도로 전체가 주차장이 됐고, 휴대 전화가 먹통이 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영덕 주민들은 꽉 막힌 도로 대신 배를 타고 탈출했습니다.
구석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마치 총 소리로 들릴 만큼 바람은 사나웠습니다.
강풍이 불러일으킨 시뻘건 불기둥이 7번 국도가 지나는 산 자락을 터널처럼 에워쌌습니다.
7번 국도는 부산에서 강원 고성을 잇는 동해안 일주도로입니다.
의성에서 시작된 불이 영덕 등으로 옮겨붙으며 주민들이 이 도로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겁니다.
오도 가도 못하자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구릅니다.
[아이고야, 불길이 계속 올라오네. 뭐 탄다고 저 XX하나.]
경북 영덕 일대가 밤새 이어진 정전과 통신 두절 사태로 대혼란을 겪었습니다.
[핸드폰이 되나, 먹통 된 것 같은데…네, 안 돼요.]
경정3리와 석리 등 어촌 3개 항 주민 104명은 완전히 고립돼 방파제 끝으로 내몰렸습니다.
[김영순/탈출 주민 : 외국에 불 크게 났을 때 바다에 뛰어 들어가 죽었다는 그 생각이 나더라니깐요. 순간적으로 갈 곳이 없잖아요.]
다행히 해경 경비 함정과 낚시 어선이 구조에 나섰고,
[해경 :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전원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피난 행렬이 지나간 7번 국도는 여전히 처참했습니다.
제가 있는 이 7번 국도 곳곳에선 이렇게 산불이 옮겨붙어 뼈대만 남겨놓고 타버린 차량들을 그대로 목격할 수 있습니다.
피난 과정에서 사상자도 속출했습니다.
탈출하지 못한 이들은 참변을 당했습니다.
영덕읍 매정리에선 요양시설 환자들을 태우고 대피하던 차량이 열기 속에 폭발해 환자 3명이 숨지고 말았습니다.
이를 포함해 영덕에서만 하루 새 8명이 사망했습니다.
주민들이 언제나 이용하던 도로엔 깊은 상처가 남았습니다.
[영상취재 조선옥 / 영상편집 이지혜 / 영상디자인 조승우]
구석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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