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도심과 한강 이남을 잇는 남산 터널을 지날 때마다 2000원씩 혼잡 통행료를 냅니다. 그런데 이렇게 돈을 받는 것이 도심 혼잡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사실 의문입니다. 그래서 폐지하자는 주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지 따져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남산 터널 혼잡 통행료가 생긴 지 꽤 됐지요?
[기자]
네, 27년 전인 1996년부터입니다. 당시 교통체증이 너무 심해서, 서울시가 평일 오전 7시부터 저녁 9시 사이 남산 1, 3호 터널을 오가는 차량에 2000원씩 징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통행료를 없애자는 주장이 나오긴 했지만 구체화한 적은 없었는데요,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이 조례안을 발의하면서 폐지 논란에 불이 붙었습니다. 초기에 비해 교통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거의 없고, 다른 지역과 형평성도 어긋난다는 이유입니다.
[앵커]
정말 효과가 없습니까?
[기자]
최근 3년 간 자료를 보면, 연간 통행량은 1800만 대 수준으로 비슷하고 징수액도 해마다 150억 원 정도로 일정합니다. 폐지를 주장한 시의원은 "내비게이션이 실시간 빠른 길을 안내하는데, 통행료로 교통을 분산한단 발상은 시대에 맞지 않다"고 했습니다. 관련 법에도 교통 흐름이 나아져 혼잡 통행료 부과의 목적을 달성하면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시민 입장에선 괜한 돈을 내는 셈이군요. 서울시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서울시는 그래도 장기적으로 보면 효과가 있기 때문에, 폐지하면 다시 교통난이 심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혼잡 통행료가 생긴 뒤 통행 속도는 평균 시속 21km에서 38km로 빨라졌고, 통행량은 20% 줄었다는 겁니다. 또 서울시 입장에선 매년 150억 원의 수입이 없어지는 것도 부담입니다.
[앵커]
여론은 아무래도 폐지하자는 쪽이 우세하지요?
[기자]
네, 최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은 혼잡 통행료 폐지에 찬성했습니다. "효과가 미흡해서" 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은 "혼잡 통행료가 없어지면 대기오염도 심해진다"며 오히려 통행료를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전문가들은 인상이든 폐지든, 제도가 바뀐 뒤 교통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조범철 /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0원이 올라갈 때 또는 2000원이 사라질 때는 혼잡이 오히려 더 발생을 하거나 더 큰 다른 파장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교통 패턴의 변화를 예측하고 편익과 비용을 계산한 다음에 지금 혼잡 통행료보다 더 낮을지 높을지를 검토한 후에…."
서울시는 이번 기회에 혼잡 통행료 제도를 평가하고 개선안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남산 터널 통행료 폐지 여부를 포함해 강남과 여의도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지도 검토할 예정입니다.
[앵커]
그동안 내라고 하니까 내기는 했습니다만 명분 없는 통행료라면 이제라도 폐지하는 게 맞겠지요. 잘 들었습니다.
홍혜영 기자(bigyim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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