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한국어 말문 열어 줍니다"

2023.02.04 방영 조회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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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아무리 번역 기술이 발달해도 언어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로 인해 언어 학습 시장은 계속해서 커질 겁니다." 한국어 학습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는 장지웅(35 트이다(TEUIDA) 대표의 말이다. 트이다는 현재 외국인이 한국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모바일 앱 서비스 '트이다'를 운영한다. 앱 서비스 이름이자 회사명인 '트이다'는 '말문이 트인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20년 6월 출시된 이 앱은 작년 말 기준으로 205만 건의 다운로드(내려받기) 실적을 올리는 등 빠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역삼로에 있는 팁스타운 사무실에서 장 대표를 만나 창업과 한국어 학습 시장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장지웅 트이다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역삼로 팁스타운 사무실에서 창업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 가상현실에서 한국인 만나 말 배운다 세계 언어학습 시장에서 한국어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 CNN방송은 한류 영향으로 세계 언어학습 시장에서 한국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 기반의 다국어 학습 앱인 듀오링고에서 한국어는 지난해 7번째로 많이 학습된 언어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어 학습용 앱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의 앱 장터에서 '한국어 배우기'(Learn Korean)로 검색하면 다양한 앱을 만날 수 있다. 장 대표는 이 시장의 선두 브랜드로 '트이다'를 키우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궁극적으로 한국어 교습에 국한한 서비스를 여러 언어로 확장해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1조원대)인 유니콘 기업을 만들겠다는 야심도 품고 있다. 트이다 회사 로고 전체 팀원 13명 중 외국대학 출신이 7명으로 절반을 넘는 트이다는 문법이나 쓰기보다는 앱에서 말을 하면서 회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통상의 언어 학습 앱과 다른 특징이다. 학습자가 영상으로 구현되는 다양한 가상상황(시뮬레이션)에서 한국인과 회화하는 방식으로 발음을 익히고, 대화 체험을 하면서 구사 능력을 점진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사용자의 발음 수준 등 실력에 맞게 적절한 후속 학습 영상을 노출하기도 한다. 장 대표는 "가상현실에서 실제로 한국인과 상호작용하면서 배우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텍스트 기반의 학습을 지양하는 이 앱에는 트이다가 특허까지 출원한 두 가지 기술이 적용됐다. 발음 정확도에 따른 트이다 앱에서의 학습 시나리오 흐름도. [제공 사진] 학습자가 얼마나 정확하게 한국어를 발음하고 의미를 전달했는지 분석하는 기술, 그리고 그 결과에 맞는 원어민의 반응을 매칭해 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화면 속 원어민이 "뭐라고?" "다시 말해 줄래!"라는 식으로 반응토록 해 학습자들이 원어민과 실제 대화를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는 "이런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발음 평가 및 대화 연습 방식이 텍스트 중심의 단어 암기와 문장 조합 연습에 집중하는 기존 서비스들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 미국 유학 경험으로 창업…"언어 습득은 사용 경험이 중요" 한국에서 고교까지 마친 장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버클리)를 나온 뒤 실리콘밸리에 있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한국으로 돌아와 창업을 생각한 계기는 미국 유학 경험이었다. "많은 사람이 영어 공부를 오래 했지만 말할 때는 두려움이 크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근데 1, 2년 살면서 현지인과 직접 말하며 영어를 써본 경험으로 실력이 늘었던 거죠." 장 대표는 토익 점수가 높지만, 영어를 제대로 못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실생활에서 사용 경험이 부족한 것이 그 원인이라며 유학 생활을 하면서 언어 습득에는 사용 경험이 가장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를 한국어 학습에 적용해 재미있는 방법으로 회화 연습을 할 수 있는 도구로 트이다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트이다 앱 이미지 교육 앱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콘텐츠다. 트이다는 매월 10편 정도의 3~4분짜리 시뮬레이션(상황극) 영상과 주요 표현을 설명해 주는 25개 정도의 레슨 영상을 제작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 등록한 상황극 영상은 230여 개로 커피 주문하기, 택시·지하철 타기, 경주 관광하기 등 다양한 장면을 연출한다. 레슨 영상은 800개 정도다. 장 대표는 한국어능력시험의 초급(1~2급) 수준으로 제작된 이들 영상을 모두 공부하면 일상적인 한국어를 구사하는 데 문제가 없는 정도의 실력을 쌓게 된다고 말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전체 트이다 사용자의 30%는 미국에서 유입되고 있고, 미국 시장이 광고 탑재와 유료 구독으로 발생하는 전체 매출의 70%가량을 차지한다. 사용자의 90% 이상은 K-팝이나 드라마에 빠진 13~24세의 젊은 여성이다. 한류 팬들은 한국 연예인의 팬 미팅 행사에 참석하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에 따라 트이다는 영상 속 회화 파트너로 한류 스타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트이다를 이용하는 한국어 학습자 국가별 분포. [제공 자료] 장 대표는 한국어 학습 시장이 커지는 배경을 'K 콘텐츠 파워'로 분석했다. "동남아에선 한국 기업에 취업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한국어 학습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미, 남미, 유럽에선 코로나19 유행기에 집에서 다양한 한국 콘텐츠를 접한 사람들이 영상이나 음악에 나오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게 되는 것 같아요." 트이다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를 조사한다. 지금까지 설문에 응한 약 8만 명의 응답자 중 40%는 '언젠가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서'라고 했고, 36%는 '한국 콘텐츠 소비를 더 잘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장 대표는 많은 외국인이 넷플릭스나 유튜브로 K 콘텐츠를 접하면서 품게 되는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한국어 배우기 열풍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일본어·스페인어 회화 학습 서비스도 출시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유니콘을 목표로 잡았다는 장 대표는 창업 4년 차로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트이다를 듀오링고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그려 놓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어 학습 시장 공략에 힘을 쏟으면서 다른 외국어 학습 시장으로도 영역을 확장한다는 전략을 짰다. 우선 한국어 학습 수요가 많은 일본의 한국어 교육업체와 지난해 11월 협업 관계를 맺었다. 트이다는 올해 일본어와 스페인어 버전으로도 회화 학습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장 대표는 올해 5월 일본어에 이어 9월 스페인어 학습 앱을 차례로 출시하고 중국어, 불어, 이탈리아어 학습 앱도 개발해 연간 17조원 규모의 글로벌 디지털 어학교육 시장 확보 경쟁에 뛰어들겠다고 말했다. "영어를 제외하곤 외국어를 배우려는 대부분 사람들의 목적은 네이티브(원어민)처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행 갔을 때나 친구를 사귈 때 어느 정도 소통하는 수준을 원하죠. 그 수준까지 한국어는 물론이고 여러 언어를 더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하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지난해 10월 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중소벤처기업 간담회에 참석한 장지웅 트이다 대표(윤 대통령 우측). [연합뉴스 자료사진] ◇ "글로벌 어학 시장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 인공지능(AI) 활용 딥러닝(심화학습) 기술에 힘입어 점점 더 완벽해진 번역 앱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예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장 대표는 번역기가 외국어 학습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번역기가 발달하면서 외국어 학습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어를 배워 그 사회에 사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언어로 한두 마디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 욕구라는 이유에서다. 장 대표는 "실제로 최근 3년간 글로벌 어학 시장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며 번역기를 써서 대화하는 것과 상대방 언어를 이해하며 소통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북도 여행 관련 회화 콘텐츠에 들어갈 영상을 찍는 트이다 팀원들. [제공 사진] 트이다는 총 10억원의 시드 투자금을 2021년 7월까지 모은 이후로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서지 않았다. 장 대표는 "그동안 팀원 월급을 주고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자금이 부족했지만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해 주는 정부 지원 사업들이 많아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트이다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현재 약 20만 명인데, 최근 6개월간 매월 5%씩 꾸준히 증가해 왔다. 광고를 보지 않고 콘텐츠를 이용하는 유료 구독자 수는 현재 4천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른 매출이 작년에 4억원을 넘었고, 올해 매출은 유료 구독자 증가와 다국어 서비스 확장에 힘입어 작년의 2배 수준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장 대표는 올 상반기에 다국어 회화 서비스로 성장할 가능성을 앞세워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parksj@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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