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김치 대신 협치?' 막말·비난만 가득
22대 첫 정기국회가 정말 우여곡절 끝에 시작했습니다.
진작에 열려야 했던 개원식부터, 여야의 극한 대치 끝에 역대 가장 늦게 개최됐지요.
"선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김치 아닙니다. 협치입니다" "하나, 둘, 셋. 협치!"
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처음으로 개원식에 불참하는 불명예 기록도 세웠습니다.
특검,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초대하는 게 맞다는 게 대통령실 얘긴데, 국회의장은 유감을 표했습니다.
"오늘 개원식에 대통령께서 참석하셨더라면 국민 보기에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아쉽습니다."
반쪽 개원식에 이어진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그리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말로는 민생을 위한 협치를 외쳤지만,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고, 오히려 서로를 향한 비난 강도만 높였습니다.
먼저 시작한 박찬대 원내대표는, 단순한 대여 비판을 넘어 대통령 '탄핵'까지 시사했고,
"우리 국민은 불의한 권력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민심을 거역한다면 윤석열 대통령도 결국 불행한 전철을 밟게 될 것입니다."
다음날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가장 아픈 곳,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집중 공격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께 요청드립니다. 민주당이 방탄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놓아 주십시오.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개인 차원에서 당당하게 대응하십시오."
양당 모두 국가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내놓지 못했고, 4대 개혁이나 민생회복지원금 등 민생 대책은 대부분 이전 걸 재탕했다는 박한 평가를 면치 못했습니다.
법안 일방 처리도 이어졌습니다.
이른바 '이재명표' 지역화폐법이 민주당 주도로 행안위를 통과하자, 국민의힘은 비쟁점 법안 논의를 위해 잡았던 정책위의장 회동을 취소했습니다.
그나마 있던 민생 논의 채널이 일단 멈춰 선 겁니다.
정기국회 시작부터 극한 대치가 이어지며 곳곳에서 막말도 난무했습니다.
의원 자질을 의심케 하는 거친 발언이 속출했는데, 이 정도면 '김치 대신 협치'라고 외쳤던 구호는 빈말이 된 것 아닐까요.
"이재명 대표의 평화혁명론.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7년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이 연상됐습니다."
청문회에서 나온 '레닌' 비유 발언에 고성과 함께 원색적 비난이 나왔습니다.
"동료 의원한테 또라이라고 말하는. (또라이지!)"
"그렇게 상스러운 분들하고 같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손가락질하지 마세요! 왜 손가락질하는 거야!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악당을 뜻하는 영어 '빌런'이란 표현에도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오늘은 '빌런' 정청래 위원장이 '꼼수' 정청래 위원장의 모습을 보인 날입니다…(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 상정을 했습니다."
당사자가 부하를 뜻하는 '꼬붕'이란 말로 맞받으며, 회의는 파행했습니다.
"제가 악당, 악한, 악인, 범죄자입니까…그런 악당 위원장과 같은 공간에서,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여러분들은 뭡니까? 악당의 꼬붕들입니까?"
보여주기식의 협치 노력마저 없었던 지난 한주.
하지만 이번 주도 정국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당장 민주당은 이재명표 지역화폐법을 이번 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고 예고했고, 추석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등 여권을 향한 파상공세에 고삐를 당길 예정입니다.
반대로 국민의힘도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등으로 맞불을 놓을 걸로 보입니다.
"대통령 배우자도 범죄를 저질렀으면 수사받고 처벌받는 것이 공정입니다. 깔끔하게 특검으로 털어낼 것은 털어내고, 밝힐 것은 밝혀야 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재명 대표 부부도 결백하다면 수사에 당당히 응해주십시오…혐의가 없다는 것을 밝히면 모두 해결될 일입니다."
이른바 계엄령 공방도 쉽게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주 나흘간 이어지는 대정부 질문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정국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곧 추석연휴가 시작되지요.
여야 모두 이번 주 내내 명절 밥상머리 민심을 잡기 위해 공을 들일 텐데요.
어느 쪽이 더 나쁜 정치 세력이라는 정쟁성 경쟁 대신, 누가 더 먹고 사는 문제 잘 해결할 거란 민생 경쟁을 바라는 건 욕심일까요?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PD 임혜정
AD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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