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추석을 앞두고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고 있습니다.
쌀값이 10개월 넘게 폭락해 더는 버틸 수 없다는 건데, 농민들의 목소리를 이승훈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축구장 절반 크기의 논 위로 트랙터가 지나갑니다. 잘 익은 벼가 맥없이 짓밟히고, 갈립니다.
농민들은 10개월째 쌀값이 하락하고 있다며, 추수를 앞둔 논을 갈아엎으며 정부에 항의했습니다.
이승열 / 벼 재배 농민
"상황이 이런 상황이다 보니까. 농민들이 지금 논을 갈아 엎을 수 밖에 없는…."
실제 쌀 한가마니인 80kg 가격은 지난해 11월 20만원 선이 무너지더니, 이달 초엔 17만5000원 선까지 폭락했습니다.
90g짜리 공깃밥으로 따지면 2백원에 불과합니다.
농민들은 "기름값과 생산비 등 물가는 올랐는데, 쌀값은 12년 전으로 돌아갔다"며 풍년에도 웃지 못합니다.
김용빈 / 벼 재배 농민
"막상 풍년이 들어도 가격이 폭락하니까. 그 좋은 말이 의미가 퇴색이 됐고요."
농민들은 정부의 대응 부실도 지적합니다.
정부가 올해 11월 말까지 공공비축미 45만톤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기별 매입 물량을 정하지 않아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이 안정화될지 의문스럽다는 주장입니다.
또 국내 쌀 소비량의 10%에 달하는 외국 쌀 의무수입 물량이 쌀값 하락을 부채질한다며 근본적 대책을 요구합니다.
오용석 / 전농 강원연맹의장
"(쌀값 폭락 해결) 대책이 아니라 오히려 분노하는 농민들의 가슴에 기름을 뿌려 불을 붙이는…."
농민단체가 투쟁을 계속할 뜻을 내비치자 농림부는 재고는 많은데, 쌀 소비가 줄어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라며 공공비축미 매입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TV조선 이승훈입니다.
이승훈 기자(abc778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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