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지난주 후반 이후, 금융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극심한 몸살을 앓았습니다.
이성일 기자와 원인, 전망 짚어보겠습니다.
전 세계 금융 시장이 모두 충격을 받았지만, 묘하게도 미국 시장에 미친 충격이 가장 컸네요?
◀ 기자 ▶
미국 시장에서 이틀 동안 낙폭만 10% 넘습니다.
상호 관세·보편관세 발표되는 동안, 미국 주식시장은 투매양상을 보였습니다.
해외 생산 기지에 타격을 받은 나이키, 갭 같은 기업 뿐 아니라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대표 기업들마저 이틀 연속 7~8%씩 빠졌고, 미국의 주가 하락폭은 유럽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오히려 컸습니다.
국제 유가도 폭락했고, 안전자산이라고 여겨졌던 금값도 3%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시장 패닉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서도 이례적으로 이견도 노출됐습니다.
관세 부과를 주도한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을 향해 일론 머스크가 독설을 내뿜었고,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스콧 배센트 장관이 사임을 고려한다는 설이 흘러나왔습니다.
◀ 앵커 ▶
오랫동안 예고됐던 정책 발표가 큰 충격을 준 이유는 어디 있나요?
◀ 기자 ▶
연준이 말했듯 관세율이 높았던 것이 근본 원인입니다.
우리나 일본 EU 같은 수출국에 대한 관세와 함께, 미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로 애용하는 베트남 ·인도 같은 국가에도 높은 관세를 부과한 점도 충격을 키웠습니다.
한편에서는 주먹구구식 계산법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지난주 이 시간, 상호관세 부과하는 3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었는데, 실제는 간단한 산수가 적용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 100억 달러 수출하고 40억 달러 흑자 본 나라와 20억 달러 흑자를 본 나라는 관세가 2배 차이 나게 됩니다.
다른 조건 전혀 안 따졌습니다.
어느 나라에 어떤 비관세 장벽이 있는지, 미국상품에 대한 관세율은 얼마인지 그동안 백악관이 불공정 무역으로 지목했던 요인들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극 주변 섬, 허드 맥도널드 제도에 10% 관세, 인구 200만, 리바이스 청바지 공장 있는 아프리카 레소토에 50% 관세 부과 같은 상식을 벗어난 사례들이 회자되기도 합니다.
◀ 앵커 ▶
불만이 많아도 기업들에게는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졌는데, 어떻게 대응할 계획일까요?
◀ 기자 ▶
공장을 한순간에 옮길 수 없는 대부분 기업들은 뾰족한 대안 없어 답답할 뿐입니다.
예외적으로 생산기지가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우리 대기업, 글로벌 기업은 관세율 차이를 활용한 대응을 생각해볼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베트남 공장 제품은 국내로 들여오고,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우리나라나 브라질 생산품을 미국에 보내도록 조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마다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율이 언제 어떤 수준, 순서에 따라 바뀔지 알 수 없어 계획을 세울 수 없습니다.
실제로 베트남 총리는 상호 관세 발표 이틀 만에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없앨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현대차처럼 "당분간 가격 안 건드리겠다"는 선택을 하는 기업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앵커 ▶
백악관 트럼프 대통령, 이 정도 파장을 예상했을까요? 철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잖아요?
그렇다면,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요?
◀ 기자 ▶
둘 다 가능성이 낮은 것이 사태를 심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발표 다음날 "부자가 될 좋은 때", "정책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골프를 쳤습니다.
관세 부과해도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없을 것이고, 시간을 둔 협상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 얻을 것을 얻으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협상 시간표를 봐도 중간선거가 내년 하반기에 있으니, 그 전에만 혼란을 수습하면 된다는 다소 느긋한 생각입니다.
과연 계산대로 흘러갈지, 우리나라가 정책을 미국 요구대로 바꿔도 판매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미국산 자동차처럼, 상호 관세나 협상 뒤에도 미국 무역적자는 줄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중국과 대항하는데 필요했던 주요 국가와 경제적·전략적 블록을 해체하는 대가를 치룬다는 평가도 주목할 만합니다.
그동안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춰왔던 유럽, 한국·일본이 관세로 봉쇄된 미국 시장의 대안을 중국에서 찾을 수 있어, 강대국 지위를 놓고 경쟁하는 미국에게는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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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일 기자(silee@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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