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삼성에서 8년 전에 해고를 당한 노동자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했습니다. 자신을 '문제 인력'으로 지목하며 '고립화 전략'을 짠 삼성의 내부 문건을 근거로 삼았는데 1심 재판부는 이 문건을 아예 다루지 않았습니다. 재판은 단 두 번만에 끝났고, 이긴 쪽은 삼성이었는데요. 이 노동자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법원이 검토도 안 했다며 항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지혜 기자입니다.
[기자]
2011년 11월 작성된 삼성 내부 문서입니다.
삼성 SDI의 직원인 이만신 씨가 '문제 인력'으로 지목돼 있습니다.
이씨에 대해 "개인의 이익을 위해 노조를 설립하려 했다"고 적혔습니다.
이씨를 고립시킬 전략도 담겼습니다.
이듬해 6월 작성된 또 다른 문서입니다.
미래전략실과 SDI 수뇌부의 대책회의 내용이 나옵니다.
이씨의 파렴치성을 최대한 부각하라고 쓰였습니다.
징계위원회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뒀다고 돼 있습니다.
그 뒤 이씨는 해고됐습니다.
이 문서들은 삼성 노조와해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2018년 확보한 것들입니다.
이씨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8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전현직 임원이 대상이었습니다.
지난 14일 1심 재판부는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씨가 해고무효 소송을 냈다가 2016년 대법원에서 졌다는 걸 주된 근거로 삼았습니다.
문제는 이 문서들은 그 뒤에 공개됐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근거들을 증거로 삼아 따져볼 수도 있었지만, 법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도 단 2번 만에 끝났습니다.
[김낭규/이만신 씨 법률대리인 : 문서 제출물 채택도 안 됐어요. 실제로 이 사건에서는 특이한 점이 증거 조사나 사실 심리에 관한 것들은 어느 한 번 한(다룬) 적이 없어요.]
2016년 대법원의 판결은 삼성이 '근로기준법'을 어겼는지를 따지는 판결이었습니다.
반면 이번 소송은 '노동조합법'을 위반했는지가 쟁점이었는데, 재판부가 충분히 따져보지 않았다고 이씨 측은 주장합니다.
[김낭규/이만신 씨 법률대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