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병원 응급실에 생후 16개월밖에 안 된 아이가 온 몸에 멍이 든 채 실려왔고, 결국 숨졌습니다.
병원이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는데요, MBC취재결과 이미 지난 다섯 달 사이 3번이나, 곳곳에 멍이 있다, 뼈에 금이 가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도저히 이렇게 연달아 신고가 들어올 수 없을 텐데, 경찰은 매번 부모에게 아이를 돌려보냈습니다.
손하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16개월 된 여자 아기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건 낮 11시쯤이었습니다.
구급차도 부르지 않고 아이 어머니가 직접 데려왔는데, 이미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소아과 당직의사를 급히 호출해 심폐소생술을 벌였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온 몸에는 여러군데 피멍이 들어 있었고, 머리와 쇄골 등은 크게 다쳐 있었습니다.
1시간 뒤 병원측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당시 병원 관계자는 "아이 몸 여러 곳에서 골절 흔적이 발견됐다"며 "하루 사이가 아니라 수 차례에 걸쳐 만들어진 골절로 보였다"고 진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단정할 순 없지만, 단순 실수나 넘어져서 생기기는 어려운 수준의 부상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MBC 취재 결과 숨진 아기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는 지난 다섯달 사이 3차례나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숨진 아이가 지금의 부모에게 입양된 건 지난 1월.
이후 아기는 서울 양천구의 집 근처 어린이집 0세 반을 다녔습니다.
지난 5월, 아이의 상태를 본 누군가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처음으로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했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의 몸 곳곳에 멍이 발견된다"며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어린이집과 아이의 자택을 방문해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상처가 찍힌 증거 사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아토피가 있고 아이를 안마해주다 보니 상처가 생겼다"는 부모의 말만 믿고 조사를 종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