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27일 시행 1년을 맞았습니다.
이 법은 노동자 사망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 사고 예방을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배상 책임도 지게 하는 게 핵심인데요.
일단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 거란 기대를 받고 시행됐는데요.
과연 기대만큼 효과가 있었을까요?
지난해 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중대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중대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644명으로 전년도(683명)보다 줄었지만, 법 적용 대상 사업장 사망자는 256명으로 전년도(248명)보다 오히려 늘었습니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증가한 건 화재나 폭발, 무너짐 같은 대형 사고가 잦았기 때문으로 분석됐죠.
근로자들은 중대재해법 시행 1년을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산재 사망 사고가 가장 많은 업종은 건설업인데요.
최근 민주노총이 건설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52%)이 시행 1년간 '건설 현장의 안전 대응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달라졌다'는 응답은 21.6%에 불과했죠.
이런 평가가 나온 이유는 뭘까요?
박세중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안전 교육의 내용도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 대단히 형식적인 것에 그냥 서명만 하게끔 하는 식으로 여러 회사의 현장에서 확인이 되고 있다"면서 "이게 사실 안전 조치가 아니라 책임 전가 조치에 가깝다고 저희는 생각한다. 현장이 크게 달라졌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은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전 및 보건 예산을 편성할 때 얼마면 되는지, 마련할 내부 지침의 기준은 뭔지 등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가 명확하지 않단 거죠.
또, 경영 책임자를 특정하거나 혐의를 입증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지난해 말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사건은 229건이지만 법 위반으로 처벌된 사례는 아직 하나도 없는데요.
34건이 검찰에 송치됐지만 실제로 기소된 건 11건, 재판 결과가 나온 경우는 없습니다.
이런 문제점이 드러나자 정부는 오는 6월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송규종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는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이후로도 다소 장기간 수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중소기업에서는 예산과 인력 문제로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함이 해소될지 신중히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들도 안전 보건 체계를 구축하고 점검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임동근 기자 조서영 인턴기자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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