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통계로 말하는 뉴스, 퍼센트 시간입니다. 응급 상황에 치료할 병원을 찾아 헤매다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 최근 5년간 중증 응급환자 가운데 제때 이송 못 한 비율이 절반 가량이나 되는데, 해마다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없는 건지 안지현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기자]
취재진이 만난 한 어머니.
고열에 경련을 일으키던 세 살짜리 아이를 병원에서 진료 받기까지 꼬박 스무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최민경/인천 청라동 : 대학병원을 한 4~5군데를 다 119 대원님이 전화를 해주셨는데 전부 다 자리가 없다. 부산에서 양산에 있는 병원까지 갔어요. 진료도 못 보고 (결국) 밤늦게 여기 인천에 있는 대학병원에 입원을 시켰거든요.]
최근 잇따라 벌어진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는 이러다 가족을 잃는 경우였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일이 점차 늘어나고 있단 겁니다.
저희가 '중증 응급환자'와 관련해 주목한 퍼센트는 49.1%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중증 응급환자가 적정 시간 내 병원에 도착하지 못한 비율입니다.
두 명 중 한 명 꼴이죠.
그런데 해마다 그 수치를 살펴보니 더 나빠지고 있고요.
특히 재이송 과정에서 '심정지나 호흡정지'가 발생한 사례도 지난 5년 간 한해 평균 763명 가량이나 됐습니다.
재이송된 가장 빈번한 이유, 바로 '전문의' 부족이었습니다.
현장에선 '곪아서 터질 게 터졌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김대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구조적인 문제들이 결국은 곪아 터져 나오는 느낌인 거죠. 가장 큰 문제는 인력의 문제죠. 언제나 병상은 항상 차 있습니다. ]
이처럼 '전문의'가 부족한 건, 의대 정원이 18년 째 묶여있는데다가,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이른바 '필수 진료학과'를 기피하는 현상도 심화됐기 때문입니다.
[김대희/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수술하는 의사들도 부족하고, 응급학과 의사도 부족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풍조죠. 중환자를 보고 생명을 다루고 이런 응급 상황이 존재하는 과를 안 하겠다는 것을 막을 방법이 사실은 없죠. ]
이들 과에 수가 등 각종 경제적 이득을 제공한다고 해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렇다 보니 기피 전공 의료진의 평균 연령은 이미 50세를 넘은 상태입니다.
병상이나, 의료기관만 늘리는 게 답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2.5명으로 OECD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인구 고령화로 이대로면 12년 뒤인 2035년에는 2만7000명 넘게 부족하단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의료진 확대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취할 수 있는 대안은 응급환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경증' 환자를 분류하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걸어다니는 경증 환자'들이 응급실로 오는 걸 줄여야 합니다.
정부는 응급 의료체계를 개편하면서 119 구급대원 중증도를 판단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통해서도 구급차가 아니라 걸어서 응급실을 찾아오는 경증환자를 막긴 어렵습니다.
때문에 일본은 '걸을 수 있는 환자'는 아예 3차 병원 진입을 막았고, 미국도 높은 응급 의료 비용으로 경증 환자의 진입을 사실상 제어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의사 수에, 상대적으로 수술 부담이 적고 의료 비용이 비싼 과로 의사들이 몰리면서 우리나라 개원 의사의 평균 연봉은 OECD 압도적 1위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국민의 응급 의료를 포함한 '외래 진료 횟수'도 OECD 단연 1위였습니다.
응급실을 전전하다 가족을 잃는 일이 잇따르는 지금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개선돼야 할 수치 아닐까요.
지금까지 퍼센트의 안지현이었습니다.
(영상디자인 : 최수진·이창환·조성혜·김충현 / 작가 : 최지혜 / 인턴기자 : 최윤희)
안지현 기자 , 이현일, 강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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