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의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연구원이 국가정보원 요원들로부터 명품 가방 등 금품을 받으면서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해 왔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미국 검찰은 증거 사진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했는데, 국정원의 허술한 정보 활동 탓에 또 하나의 코리안 게이트가 불거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루이비통 매장에서 고가의 백을 선물 받고,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이 여성.
미국 중앙정보국 분석관 출신으로 대북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입니다.
[수미 테리/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 (2023년 11월) : 저는 25년 동안 북한을 연구해 왔고 주로 북한 정책과 (북핵) 위협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뉴욕 맨해튼 연방 검찰이 테리를 간첩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국가정보원에서 금품을 받고, 비공개 국가 정보를 넘기는가 하면, 언론 기고나 발표를 통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는 겁니다.
31쪽에 이르는 공소장엔 테리가 지난 10년 동안 국정원 요원들과 접촉한 시간과 장소, 날짜 등이 세세하게 담겼습니다.
테리 측은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검찰의 주장 근거가 없으며, 수년간 헌신해 온 학자이자 분석가의 업적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금품을 준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은 "한미 정보당국은 긴밀히 소통 중에 있다"는 짤막한 입장만 밝혔습니다.
외교가에선 이번 기소가 명백한 국정원의 실책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 한국계 미국인을 만나고 특히 수미 테리는 CIA(미국 중앙정보국)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퇴직 후에도 미국 정보당국이 감시 감독하는 건 당연한데…]
우리나라의 대미 정보 접근 방식이 28년 전 '로버트 김' 간첩 사건 때와 비교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공무원의 교환 근무, 미 의회 정기 방문 등 합법적인 공식 교류를 시스템으로 정착시켜 우리보다 훨씬 강력한 대미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영상디자인 이정회 / 영상자막 김형건]
박소연 기자 , 김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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