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해외 부동산 펀드, 한 때 잘 나가는 투자 상품이었지만 지금은 손실 규모가 막대합니다. 신한은행 등은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가 입주한 건물에 투자하는 거라 "리스크가 전혀 없다"며 공격적으로 상품을 판매했는데, 신한은행이 고객 서명을 위조하면서까지 가입자를 모집해 온 정황이 드러나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선 걸로 확인됐습니다.
정해성 기자입니다.
[기자]
사업가 김 씨가 신한은행 자산관리 센터에서 50억 원짜리 해외 부동산 펀드에 가입한 건 지난 2017년입니다.
해외 국가기관이 세 들어 있어, 무조건 안전하다는 은행 직원 설득이 결정적이었다고 합니다.
[김모 씨/신한은행 펀드 투자자 :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나사나 EU(유럽연합)가 망하지 않는 이상 전혀 디폴트(채무불이행) 될 위기는 전혀 없다고요. 리스크는 전혀 없다 이렇게.]
때마다 금리를 웃도는 배당을 주고, 5년 후 건물의 증권을 팔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상품인데 당시엔 없어서 못 팔 정도였습니다.
신한은행이 판매한 두 펀드만 500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하지만 2년 전부턴 배당은 10분의 1 토막 났고, 아예 끊긴 적도 있습니다.
[송태호/변호사 : 환매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돈을 실질적으로 못 받는 상황이고. (은행에서) 별 기대는 하지 마시라고…]
부동산 침체로 건물 가치도 급락하면서 김 씨는 사실상 투자금 전액을 잃을 처지가 됐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펀드 계약서 곳곳에 적힌 다른 사람의 글씨와 서명입니다.
[김모 씨/신한은행 펀드 투자자 : 여기, 여기, 여기는 제 글씨 아닙니다. {제일 중요한 부분인데?} '초고위험' 제 글씨 아닙니다. '100% 이내' 이것도 제 글씨 아니고.]
김 씨는 과거 투자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100%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단 항목에도 누군가 대리 서명했습니다.
[김모 씨/신한은행 펀드 투자자 : 6번도. 제가 '3년 이상 투자 경험이 있냐' 이것도 거짓말이고요.]
실제 해당 글씨를 필적 감정해보니, 모두 위조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투자를 권유한 담당자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정모 씨/신한은행 직원 : {김OO 씨 기억나세요? 고객이셨는데.} 네네. {직접 서명을 하신 이유가 있나요?} 죄송합니다. {당시에 설명을 어떻게 하셨나요?} …]
신한은행은 "계약 당시 자필 기재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며 "투자 위험 등 설명 의무를 이행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금감원은 최근 신한은행에 소명을 요구하는 등 본격 조사에 착수한 거로 확인됐습니다.
[영상디자인 한영주]
정해성 기자 , 정철원, 유연경, 지윤정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