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수해 피해를 크게 입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공식 제안하고 북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제안 배경은 뭔지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김자민 기자, 북한 피해가 꽤 심각한 거 같더라고요?
[기자]
네, 북한은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 주민 5000여명이 고립됐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인명 피해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위성사진을 보면, 지난 5월 민가 수백채와 농경지가 있던 신의주 위화도 지역이 지붕만 남긴 채 모두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김정은 전용열차가 정차한 주변 지역도 철로만 빼고 거의 침수됐습니다. 통일부는 상당한 인명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김정은 위원장이 정부의 제안을 수용할까요?
[기자]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어제 노동신문은 "우리의 손으로 얼마든지 피해 지역에 사회주의 낙원을 일떠세울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수해 현장을 긴급 시찰하며 재난 리더십을 연출하고, 계속해서 남한에 대한 적대감을 고취시켜 온 상황에서 한국의 지원을 받는 모양새를 만들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임을출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 체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그런 요소이기 때문에 북한이 우리 정부의 수혜 지원에 호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앵커]
이전엔 북한이 우리의 수해 지원을 받은 적이 있잖아요?
[기자]
2005년, 2006년 등 모두 4차례 있었습니다. 구호 물품과 컵라면, 쌀 등 총 1297억원 규모였는데요. 정부는 2011년에도 수해 지원을 제안했지만 북측이 응답하지 않았고, 2012년엔 북한이 거절했습니다.
[앵커]
북한이 수해지원을 받겠다고 하면 어떤 물품들이 북한으로 가게 될까요?
[기자]
우리 정부는 이재민 긴급물자 중심으로 검토중입니다. 하지만 북측의 요구는 다를 수 있는데요. 2012년 우리 정부는 음식물과 의약품을 지원할 뜻을 밝혔는데 북한은 시멘트와 트럭 등 복구 물자와 자재, 장비를 대량 요구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원 물품이 군사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아 거절했고 북한은 이에 불만을 표시하며 수해지원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앵커]
정부가 12년 만에 수해지원을 제안한 배경이 있을까요?
[기자]
이번에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 아닌 남북 간 직접 지원을 선택했습니다. 정부 입장에선 북측이 호응해오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거죠. 정치, 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자연재해 발생시 긴급구호를 실시한다는 대북정책 기조를 지킬 수도 있습니다.
박원곤 /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과의 관계와는 별개로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은 지속하고 오히려 강화하겠다라는 그런 입장을 밝히고 유지해왔습니다. 그런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김정은이 과감하게 우리 제안을 수용해서 주민들의 인도적 위기를 극복하면 좋겠는데 쉽지는 않겠네요. 김자민 기자 잘 들었습니다.
김자민 기자(b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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