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예 암살에 고심할 수밖에 없는 이란 지도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주적 이스라엘에 가장 깊숙한 속살을 타격당한 이란이 굴욕 속에 안보당국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의 암살 사건 여파 중 하나를 이같이 예상했다.
하마스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는 지난달 31일 이란 대통령 취임식을 위해 수도 테헤란에 방문했다가 숙소에서 이스라엘에 살해됐다.
FP는 이란에 가장 뼈아픈 사실은 하니예가 이란 내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여겨지는 장소에서 표적 암살을 당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하니예가 머물던 테헤란 북부의 6층짜리 저택은 이란혁명수비대가 귀빈을 위해 운영하는 숙소였다.
이런 은밀한 공간이 주요 정치행사로 보안 수위가 최고인 시점에 이스라엘 공작원에게 뚫렸다는 사실 자체가 이란에는 거대한 굴욕일 수밖에 없다.
해당 건물의 보안을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정보기관인 혁명수비대 정보기구(IRGC-IO)가 책임지고 있었다는 점도 충격을 더한다.
혁명수비대 정보기구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직접 지휘하는 조직으로 이란에서 정예 중의 정예로 여겨진다.
결국 이번 사태는 최고를 자부하는 정보기관이 중대 작전 중에 자국 정보를 지키고 외국 공작원 침투를 막는 근본 임무에 실패한 것으로 정리된다.
예전에 다른 고위인사의 암살사건도 있었지만 성격을 보면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안보 참패로 평가된다.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2020년 피살 등은 해외 이중간첩의 소행을 강조해 책임을 회피할 수 있지만 이번엔 불가능하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지난 3일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하니예가 머물던 방으로 발사체가 날아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하니예의 방에 미리 설치된 폭탄이 원격 신호로 터졌다는 다수 서방 언론의 보도와 다르다. 이를 안보 실패가 너무 처참해 자존심을 한 올이라도 지키려는 혁명수비대의 몸부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최고지도자 하니예가 머물던 이란혁명수비대 저택. [이란인터내셔널뉴스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주적인 이스라엘에 심장부를 내준 이번 사태는 이란에 안팎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내부에서는 하니예 암살은 이란 내에 있는 누구라도 이스라엘의 암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된다.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이란이 자국 영토를 보호할 수 없다는 인식은 이란 정권에 치명적"이라며 "체제 타도까지는 아니라도 수뇌부 제거가 가능하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참수작전 가능성이 확인된 상황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에 대한 경호는 평소보다 부쩍 강화됐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세력의 안전한 은신처로서 이란의 체면이 구겨졌다는 점이 부각된다.
이란은 여러 무장단체 지도자를 자국 내에서 보호하고 조직원 훈련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반미, 반이스라엘 연대체를 구축해왔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작년 10월 이스라엘을 기습해 가자지구 전쟁을 촉발한 하마스 조직원들도 이란에서 혁명수비대로부터 훈련받았다.
이른바 '저항의 축' 구성원으로 불리는 이란의 대리세력이 중동 내 각지에 포진한 데에는 이 같은 은신처 제공 전략이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FP는 "이스라엘이 하니예를 이란혁명수비대 건물에서 죽일 능력을 보여줬다는 점 때문에 이란이 안전한 피란처라는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테러리스트 수괴들이 이란에서 은신처를 찾기 전에 고심할 것이고 이는 이란과 대리세력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하니예 암살을 계기로 불거진 이 같은 안팎의 악재 때문에 이란이 안보 역량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이미 고위 정보 당국자와 군 간부 등 20여명을 체포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FP는 "이스라엘의 테헤란 심장부 타격 때문에 이란 침투에 대해 이미 불안이 심한 하메네이와 이란혁명수비대의 걱정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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