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서 작전 중인 이스라엘군 병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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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모든 게 무너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전 징집병이 아니라 가족이 있는 병사이고, 결국은 나도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필두로 한 이스라엘 극우진영이 '이란 선제타격론'까지 거론하며 국제사회의 휴전 노력을 외면하고 있지만, 정작 이스라엘군의 근간인 예비군은 끝없는 전쟁에 지쳐 한계에 직면한 모양새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텔아비브의 건설업자였던 아디 하잔(41)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직후인 작년 10월 8일 집결지로 달려가 다시금 총을 들었다.
이후 거의 10개월이 지났는데도 그는 여전히 병사로 복무 중이고, 그 사이 사업이 망하면서 갚아야 할 돈만 3억원이 넘는 빚쟁이로 전락했다. 하잔의 가족들은 현재 지인과 구호단체의 지원에 의존해 생활 중이라고 한다.
하잔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아무도 상황이 이렇게 길게 이어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의료 관련 사업을 하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투입돼 100일간 전투를 벌인 뒤 소집 해제된 예비군 아사프 모르(45)는 올해 4월 재차 소집령이 떨어지자 이에 불응한다는 선택을 했다.
동료 부대원들을 실망시킬 것이 안타깝지만 복무 중 경영이 악화한 사업을 되살려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근방에서 대기 중인 이스라엘군 병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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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예비군에 크게 의존해 왔다.
가뜩이나 전체 인구가 940만명에 불과한데다, '하레디'로 불리는 초정통파 유대인이나 일부 아랍계 소수민족 등 병역 면제 대상이 많았던 까닭에 징집병만으로는 필요한 병력을 충당할 수 없어서다.
병역연령대의 이스라엘인 중 실제로 입대하는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결국 나머지 이스라엘인들은 병사는 40세, 장교는 45세까지 매년 한 달씩 훈련을 받으며 예비군으로 활동한다.
실제 하마스의 기습으로 전쟁이 벌어진 직후 이스라엘군은 소집된 예비군이 30만명으로 현역(15만명)의 갑절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예비군에 의존하는 전략은 어디까지나 '단기전'을 상정한 것이라는 점이다. 하마스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많은 예비군이 실직이나 사업실패로 궁지에 몰렸고, 이스라엘 경제가 받는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에 소집령에 불응하는 예비군도 늘고 있지만, 당국은 이들을 쉽게 기소하지도 못하고 있다.
야코브 아미드로르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스라엘은 장기전에 준비되지 않았다"면서 "시간이 길어질수록 (병력을) 지원하고 준비태세를 유지하는데 더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하레디 징집 반대 시위를 벌이는 초정통파 유대인 남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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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부 당국자들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벌이는데 주저하는 모습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도 예비군에 의존하는 현 체제로는 충분한 수의 병력을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WSJ은 소개했다.
심지어 헤즈볼라는 불과 6일 만에 끝났던 제3차 중동전쟁(1967년)이나 3주를 넘기지 않았던 제4차 중동전쟁(1973년)과 달리 이스라엘이 압도적 화력이나 기술적 우위를 앞세워 단시간에 쓰러뜨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 대량의 미사일을 보유한 데다 땅굴 등에 의존해 비정규전을 벌인다면 몇 년에 걸쳐 전쟁을 벌여도 이긴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대란 것이다.
이에 이스라엘 각계에선 하레디 징집 등으로 병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지만, 정작 전쟁을 주장하는 극우진영은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하레디의 역성을 들며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말 최고위급 지휘관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사망한 헤즈볼라와 자국 수도에서 하마스 일인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는 망신을 당한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공언했다. 구체적인 보복 시점과 강도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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