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아빠."
아들을 스쿨버스에 태워 보낸 검프의 신발에 깃털이 내려앉습니다. 파란만장한 삶이 평화롭게 숨을 고릅니다. 이 신발은 순식간에 열 배 넘게 팔려 나갔습니다. 하지만 이미 뉴욕 맨해튼 젊은이들이 신고 다니며 되살아나고 있었지요. 쌓이고 쌓이다 영화라는 비등점을 만나 폭발한 겁니다.
엔진 실린더가 거꾸로 폭발해 불꽃이 튀고, 총탄이 쏜 사람 쪽으로 튀는 걸 백파이어(Backfire), 역화(逆火) 라고 합니다. '백파이어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도 있지요. 주장이 모순되거나 틀렸다는 증거가 드러나도 더 세게 우기는 걸 가리킵니다.
'구중궁궐' '구중심처'는 인의 장막에 겹겹이 에워싸인 임금을 상징했습니다. 명재상 이항복이 귀양 가면서 광해군을 향해 읍소했지요.
'철령 높은 봉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임 계신 구중심처에 뿌려본들 어떠리…'
윤석열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을 총리에게 대독시켜 지난 11년 관례를 깼습니다. "돌을 던져도 맞으며 가겠다"는 말이 무색합니다.
국회 개원식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불참했습니다. 당시 정진석 비서실장이 자랑하듯 밝혔지요. "조롱과 야유가 난무하는데 다녀오시라고 말씀 드릴 수 있겠나."
대통령 지지율이 처음 10퍼센트대로 떨어진 지난 1일, 그가 말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보다는 높지 않느냐." 대통령실에선 '20퍼센트와 한끗 차이' 라는 말도 나왔다고 합니다. 한심합니다.
정 실장은 대통령 통화 육성도 "법적 정치적 상식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했습니다. "이달 중에 대통령 입장 표명이 있을 거"라는 한가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임명된 뒤 했던 약속, 다시 들어봅니다.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대통령님께 객관적인 관점에서 말씀을 드리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청와대는 '구중궁궐'로 불리곤 했습니다. 대통령이 당선 직후 집무실 이전을 발표하며 말했습니다.
"제왕적 권력의 상징 청와대를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용산은 어떻습니까.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척이라도 하나요. 실망이 환멸로 바뀌고 있습니다.
11월 4일 앵커칼럼 오늘 '정신 승리의 요새, 용산'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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