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수사 도중,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사람이 사건 서류를 백 장 넘게 휴대폰으로 촬영했습니다.
이렇게 간 큰 사람이 다 있나 싶은데 오히려 당시 수사 검사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박솔잎 기자입니다.
◀ 리포트 ▶
2019년 11월 7일경, 서울중앙지검 박 모 검사는 군납 비리 사건과 관련해 한 군납업체 임원 장 모 씨를 조사했습니다.
장 씨는 이 사건 내부 고발자이면서 동시에 뇌물을 건넨 공범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조사실에서 장 씨가 휴대폰으로 수사 기록을 촬영했다는 게 공수처 조사 결과입니다.
장 씨의 대담한 행동은 이날뿐만이 아니었습니다.
12월 4일경 조사에서도 장 씨는 그 검사실에서 금융거래 정보를 촬영했다고 공수처는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촬영된 사진이 모두 170여 장.
민감한 개인정보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박 검사가 일부러 사진을 찍게 해줬다는 게 공수처의 결론입니다.
게다가 장 씨는 당시 회사로부터 횡령 혐의로 고소당했던 상황이라 해당 자료가 자신의 재판에 쓰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박 검사는 "수사에 필요한 진술을 받아내려고 사진을 찍게 해줬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금품 등 대가가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지난 9월 이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습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시간이 촉박했다"고 했습니다.
박 검사는 대검 간부급까지 승진했다가 수사 도중 퇴직해 지금은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
통상 수사 도중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습니다.
검찰은 이미 징계 시효가 지나 비위가 확인되더라도 징계를 할 수 없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공수처는 박 변호사를 공소 시효 만료 하루 앞두고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MBC는 반론을 듣기 위해 박 변호사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이 오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박솔잎입니다.
영상편집: 이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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