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헤어지자고 한 여자 친구를 흉기로 찔러서 숨지게 한 20대 남성에게 1심에서 무기 징역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사회로부터 평생 격리해야 한다며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가해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태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6월, 20대 A 씨는 19일간 교제한 여자 친구 B 씨에게 이별을 통보받았습니다.
같은 날 밤 A 씨는 경기 하남시 B 씨의 집 앞으로 B 씨를 불러냈고,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했습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조현병 진단 이력을 들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정신감정 결과 범행 당시에는 증상이 호전돼 행동 통제가 어려운 상태가 아니었을 거라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얼굴과 목, 복부 등에서 58개의 상처가 확인됐다"며 "범행 동기와 수법이 매우 끔찍하고 잔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피해자가 자신의 외모에 대해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등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사회로부터 평생 격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가석방될 가능성을 고려해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습니다.
B 씨의 언니도 방청석에 나와 선고를 지켜봤습니다.
[B 씨 언니 : 판결이 너무 무서웠는데 감사합니다. (동생에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서 미안하고, 보고 싶어요.]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교제 폭력 신고 건수는 7만 7천여 건, 올 들어선 지난달까지 7만 2천여 건에 달하고 있습니다.
교제 폭력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해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교제 폭력 관련 법률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최혜란, 디자인 : 장성범)
김태원 기자 buhwa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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