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조치의 배경을 밝혔습니다.
일단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 수사가 필요한지 판단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보냈다는 건데요.
그리고 국회에 계엄군을 보낸 것은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것"이 맞다고 시인했습니다.
이번 비상계엄의 위헌성과 위법성을 자백한 셈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구민지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소총으로 무장한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한 건 지난 3일 밤 10시 30분.
비상계엄 선포 7분 뒤였습니다.
국회 진입보다도 1시간 더 빨랐습니다.
[김용빈/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어제)]
"야간 당직자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행동감시 및 청사 출입 통제를 실시하였습니다."
계엄군은 선관위 정보관리국 사무실에도 진입했습니다.
정보관리국은 선거 관련 정보 등이 담긴 서버를 관리하는 곳입니다.
일부 극우 성향 유튜버들은 '민주당이 압승한 올해 총선이 조작됐다, 이곳이 부정 선거의 소굴'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비상계엄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계엄군을 선관위에 진입시킨 이유가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수사가 필요한지 판단하기 위해서였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극우 성향 유튜버들의 단골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겁니다.
이런 식의 계엄 발동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됩니다.
[장영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이 계엄을 통해서 이런 것을 하라고 그러는 것도 아니거든요. 좀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아주 심각한 연쇄 살인마 있으면 잡기 위해서 계엄 선포할 겁니까?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반헌법적이고 위법적인 계엄을 선포해 가며, 선관위에서 국회 해산의 억지 근거를 찾으려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정태호/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회 해산 제도가 없기 때문에 일단 명분을 만들어야 됐죠. 그 명분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 들어갔을 것이다. 저는 그렇게 추정을 합니다."
김용현 전 장관은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한 것에 대해서도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목적이 맞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필요 조치였다"고 했습니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어 또 다른 헌법기관인 국회 기능을 중단시키려 한 사실을 인정한 겁니다.
이번 비상계엄이 국헌 문란 행위였다는 것을 자백한 셈입니다.
형법 87조는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면 내란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대법원은 전두환 씨 등 신군부 세력의 내란 혐의를 유죄라고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국회의사당을 병력으로 봉쇄하고 국회의원 출입을 금지해 상당 기간 국회가 열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국회의 권능 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점"을 들었습니다.
계엄을 결정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고 말했다가 야당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또 계엄군의 국회 난입에 대해서는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이상민/행안부 장관 - 채현일/국회 행안위원 (어제, 국회 행안위 긴급현안질의)]
"아니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국회를 제대로 봉쇄했으면 이런 의결이 가능하지 않았지 않습니까.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라요. 그게 국회의 권한을 막으려고 마음먹었으면 충분히 할 수도 있었겠죠."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이상민 장관은 발언을 취소한다고 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전후로 윤석열 대통령과 긴밀히 소통했던 국무위원들 증언이 속속 나오면서, 비상계엄의 위법성은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구민지입니다.
영상 취재: 남현택·이상용 / 영상 편집: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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