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우리 역사에서 대통령의 국회 해산은 늘 독재를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이번에 계엄군이 부정선거 수사를 위해서라며 선관위를 찾아갔던 것도, 국회 해산 명분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윤상문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소장.
총칼을 앞세워 가장 먼저 한 일은 국회 해산이었습니다.
[대한뉴스 (1961년)]
"이날 새벽 서울에 진군한 혁명군은 군사혁명위원회를 조직하여 이 나라의 입법, 사법, 행정의 전 기관을 완전 장악했습니다."
대통령 취임 이후인 1972년 10월, 친위 쿠데타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또다시 국회를 해산했습니다.
'장기 집권'을 위해 만든 유신 헌법에는 아예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을 명시했습니다.
군대를 앞세운 계엄에 이은 국회 해산.
이 '독재의 공식'은 전두환 신군부가 이어받았습니다.
1980년 5월 17일, 비상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전두환은 광주 시민을 총칼로 짓밟았고, '정적'이던 김대중·김영삼·김종필을 일거에 체포·구금했습니다.
이후 국회를 마비시킨 뒤 새 헌법을 공포하며 국회를 해산했습니다.
국회 기능은 국가보위입법회의라는 과도적 기구에 맡겼습니다.
[전두환 (1987년 10월 27일)]
"(제5공화국 헌법은) 전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축복 속에 영광스러운 거보를 내디뎠습니다. 전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제정한 것이며…"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은 1987년 민주화로 역사에서 사라졌습니다.
여당인 민주정의당과 야당인 민주당이 손을 맞잡고 새 헌법에서 삭제한 겁니다.
[최영철/민정당의원 (1987년 8월 31일)]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은 없애는 대신애 국회는 국무위원과 국무총리에 대해서 단순히 해임 건의만 할 수 있도록 합의를 했습니다."
그로부터 37년이 지난 2024년 12월 3일.
국회 해산의 악몽이 되살아날 뻔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은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부터 장악하려 했습니다.
극우 세력이 제기해온 올해 4월 총선 부정 선거 의혹을 강제로 들여다볼 심산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선관위를 장악한 뒤, '부정선거'를 고리로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국회마저 해산하려는 속셈이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태호/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정을 중단시키기 위한, 경우에 따라서는 아마 현 국회를 해산시키기 위한 정당성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 어떤 데이터 조작을 할 수 있겠죠."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서 국회 해산권 복원 시도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해 11월, "탄핵 정치로 국정이 마비되고 있다"며 "87년 개헌으로 사라진 국회해산권을 대통령에게 돌려줘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 3일)]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국회를 적으로 규정한 윤 대통령의 인식은 극우유튜버들의 '부정선거 망상'과 결합하며, 수많은 시민들이 흘린 피로 이뤄낸 87년 민주화의 성과를 무너트릴 뻔했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편집: 이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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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편집: 이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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