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비상계엄 사태로 국가 주도 폭력을 그린 한강 작가의 소설이 새삼 현실과 교차하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한강 작가는 소설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과 이를 겪는 개인들의 트라우마를 치밀하게 묘사했는데요.
함께 책을 읽으며 소설 같은 현실에 몸서리친 시민들을 정동욱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아름다운 섬 제주를 피로 물들인 4.3사건.
봉기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 일어난 무력 충돌은 4·3 계엄령으로 이어졌고, 공권력은 민간인을 학살했습니다.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4.3 생존자의, 길고 처절한 투쟁의 서사를 그렸습니다.
[한강 작가 中]
"묘지가 여기 있었나? 나는 생각했다. 이 나무들이 다 묘비인가?"
비상계엄이 선포된 다음 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밤을 보낸 시민들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러 모였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인선의 어머니는 4.3 사건 생존자이자, 유가족입니다.
[이선희/독서모임 강사]
"이 어머니는 무릎에 연골이 다 나간 70세 그 나이에도 제주도와 경산을 오가면서 이 대구형무소에서 사라진 오빠를 찾고 있었던 거예요."
76년 전 피의 역사를 겪은 이들에겐 이제 목소리가 없지만,
[이선희/독서모임 강사]
"학살된 제주도민들, 그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돌아가신 유가족들…경산 코발트 광산에 아직도 묻혀있는 이 백골들…이 죽은 자들의 목소리는 침묵이에요, 침묵."
사람들은 글로, 또 말로 이야기를 이어가며 결코 작별하지 않습니다.
[송항근/독서모임 참가자]
"(제주도에선) 동네가 한 마을이 없어진 경우도 있고, 그리고 그거에 관련돼서 한날한시에 돌아가신 분들 때문에 제사가 겹치는 경우도 있어요."
역사는, 국회를 밟고 지나간 수많은 군홧발처럼 지금과 닿아있기 때문입니다.
[최경미/독서모임 참가자]
"저희가 지금 사는 데 세월호 참사도 있었고, 이태원 참사도 있었고, 제가 얻은 답은 기억이었어요. 기억하자 그들을 기억하자…"
윤석열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삭감으로 폐관 통보를 받은 작은 도서관.
이 도서관의 마지막 독서모임은 제주도민 30만 명 중 3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4.3을 함께 읽어내려가며 '기억'이란 숙제를 안고 마무리됐습니다.
MBC뉴스 정동욱입니다.
영상취재: 황주연 / 영상편집: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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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황주연 / 영상편집: 박찬영
정동욱 기자(dwjung@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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