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계엄 선포 때 윤석열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 이란 표현을 언급했습니다. 집권 초부터 언급했던 이런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단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선관위에까지 계엄군을 투입했습니다. 대통령이 구시대적 이념 논쟁에 집착하다 임기를 채우지 못할 위기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구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줄곧 반국가 세력을 언급하며 야당을 비롯한 정치적 반대 세력을 척결의 대상으로 지목했습니다.
[8·15 광복절 경축사 (지난해 8월 15일) :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습니다.]
[8·15 광복절 경축사 (지난해 8월 15일) :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습니다.]
반국가 세력이란 단어는 윤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등장합니다.
지난 2022년 10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여당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에 공감하면 진보든, 좌파든 협치하고 타협할 수 있지만,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라며,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며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제출되자, 윤 대통령은 다시 반국가 세력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한국자유총연맹 기념식(지난해 6월 28일) :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이런 대통령의 인식은 육군 사관학교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옮기자는 논쟁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조태용/전 국가안보실장 (현 국정원장) : 윤석열 대통령께서 바로 그 말씀 하셨습니다. 어떻게 하자고 얘기하진 않겠다. 다만 문제를 제기하고 한번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연금·의료·교육·노동 등 4대 개혁 방안 같은 국정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도 반국가 세력이란 말은 어김없이 등장했고,
[대국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지난 8월 29일) : (반국가세력은) 간첩 활동을 한다든지 또는 국가기밀을 유출한다든지 또는 북한 정권을 추종하면서 대한민국 정체성을 아주 부정한다든지 하는 그런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고….]
급기야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는 이유로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12월 3일) :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극우 성향 유튜버 등이 주장해 온 4월 총선 부정 선거 의혹을 조사한다는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무장한 계엄군을 투입하기도 했는데,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타협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이념적 척결 대상으로 바라본 윤 대통령의 인식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오영택)
정구희 기자 kooh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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