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나라를 한순간에 대혼란에 빠뜨린 지난 3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 사태의 핵심인물인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방송을 보고 비상계엄 선포를 알았다고 주장했는데요. 계엄선포가 있기 최소 6시간 전부터 주요 직위자들에게 정위치에 있으면서 긴급연락에 대응할 태세를 갖춰라, 이런 지시를 내린걸로 확인됐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1시간 전쯤엔 사령관 집무실에서 방첩사 수뇌부 회의도 있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복수의 방첩사령부 장교들은 SBS에 지난 3일 오후 4시쯤 처장과 실장, 예하 부대장들에게 사령관의 긴급지시가 하달됐다고 말했습니다.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부대 내 사무실에 대기하라는 겁니다.
이후 사령관이 보안을 유지하라며 보안폰으로 추가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군사 상황이 좋지 않으니 야간에도 가급적 정위치하며, 불가피한 모임이 있더라도 과도한 음주는 피하고, 적어도 통신축선상 대기, 즉 긴급 연락에 바로 대응할 태세를 갖추라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에 대해 북한 오물풍선 부양 가능성, 주요 간부 교체에 따른 조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여인형/전 방첩사령관 : 그날도 풍향이나 이런 거를 봤을 때 합참에서 평가하기를 쓰레기 풍선이 날아올 확률이 크다, 그날 이제 또 뭔 일이 있었냐면은 사령부의 대령급 실장들 한 10명쯤이 그날 보직 교대를 했어요.]
하지만, 정작 오물풍선 대응의 사령탑인 합참은 그날 주요 직위자들에게 관련 공지를 하지 않았고, 오물풍선도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밤 9시 20분쯤, 비상계엄선포가 내려지기 약 1시간 전 방첩사령관 집무실에서는 야간 수뇌부 회의가 열렸습니다.
참석자는 여인형 사령관과 방첩사 서열2위인 이경민 참모장, 그리고 정성우 1처장으로 확인됐습니다.
방첩사 수뇌 회의가 밤 9시 넘어 열린 건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상계엄 전에 열린 수상한 회의였는데, 여 전 사령관은 해킹 사건을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여인형/전 방첩사령관 : 아주 엄청나게 저희들 민감하게 아주 움직이고 있었어요. 그날 해킹 건이 있어가지고, 그러니까 이게 참 공교로운 거예요.]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점거 작전 지시가 내려갔을 땐 방첩사 내부 반발이 상당했다고 장교들은 증언합니다.
현장 지휘를 맡은 일부 영관급 장교들이 부당한 명령이라며 항명했고, 고위 지휘관들이 이들을 폭행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몇몇 장교들은 이런 마찰 끝에 계엄 작전에서 제외됐고, 또 다른 장교들은 병가, 반차 등을 명목으로 비상 계엄 동원에서 빠진 걸로 전해졌습니다.
(영상취재: 조춘동, 영상편집: 황지영)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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