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의대 증원 문제는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멈춰있는데요. 내년부터 일할 1년 차 전공의를 수련병원들이 모집했는데 특히 필수과 지원율이 저조한 가운데 산부인과에는, 전국에 단 한 명만 지원했다고 합니다.
박하정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있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이 산모는 강원도 원주에서 왔습니다.
[손 이렇게 해볼까요?]
전국 각지에서 온 산모들로 12개 병상이 다 찼고, 다른 고위험 산모 19명은 일반병동으로 보내졌습니다.
[홍순철/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 새벽 3시, 새벽 6시 이렇게 응급 환자들이 전국에서 몰려오고 있기 때문에 그분들을 외면할 수 없고….]
하지만, 내년에 이 병원에서 산부인과 1년 차 전공의로 일하겠다는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전국 176개 수련병원은 지난 9일까지 산부인과 전공의 188명을 모집했습니다.
마감 결과, 이 병원 아닌 다른 서울의 대학병원에 딱 한 명만 지원했을 뿐입니다.
[홍순철/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 많은 야간 당직, 응급사고에 대한 위험성,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수가, 본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현재의 의료 패턴, 이런 상황에서 젊은 사람들이 선택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보는 거겠죠.}]
첨예한 의정 대치 속에 모든 과가 미달이긴 한데, '필수과'와 '인기과'는 사정이 특히 많이 다릅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152명 모집에 42명 지원, 성형외과는 73명에 18명으로 그래도 20%대 지원율입니다.
하지만, 심장혈관흉부외과는 65명에 2명, 소아청소년과는 206명에 5명뿐입니다.
그마저도 소아청소년과 지원자 5명 가운데 4명은 서울에 있는 '빅5 병원'에 몰렸습니다.
[빈중현/부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5명이나 지원했어?' 이런 느낌이에요. (의사들이) 구속된다는 얘기도 있지, 출산율이 적고 이런 건 다 알았지만 내가 환자 적게 봐도 수입이 되느냐, 그게 절대 안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미래가 없다고 생각을 한 거예요.]
의정 갈등이 속절없이 해를 넘길 전망인 가운데, 이대로면 특정 연도에 필수과목 전문의 배출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 영상편집 : 안여진, 디자인 : 이소정)
박하정 기자 park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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