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헌정사상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10번째고, 대통령 탄핵 정국은 3번째입니다만, 권한대행까지 탄핵한다는 건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우려스러운 정국 상황을 정치부 홍연주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홍 기자, 민주당은 내일 오전까지로 헌법재판관 임명 시한을 정했었는데, 한덕수 권한대행이 이렇게 선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건 어떤 배경으로 봐야 할까요?
[기자]
사실 여러차례 이를 암시하는 기류가 보이긴 했습니다. '헌법' '법률' '원칙'이란 키워드를 강조하면서, 정치적 유불리를 배제하겠단 의지를 보여온 건데요. 오늘 한 권한대행이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은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것도, 현 상황에선 정부보단 여야 정치권에서 결론을 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 걸로 보입니다. 또 이번에 민주당 요구대로 임명을 하더라도, 결국은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가 불가피한 정국이란 점도 감안한 걸로 보입니다. 곧바로 다음주엔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시한이 다가오는데, 특히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위헌성이 분명한 만큼 거부권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많습니다. 결국 민주당이 탄핵에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한 대행으로선 지금이 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시점으로 봤을 수 있습니다.
[앵커]
내일 탄핵안 표결 기준을 놓고선 이견이 큰데, 국회의장이 가결을 선포하면 어떻게 되나요?
[기자]
여당에선 여전히 한 권한대행이 자리에서 버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저희가 파악한 기류로는 국회 결정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늘 총리실 여러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는데, "한 권한대행은 더 이상 혼란을 키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란 게 공통된 전망이었습니다. 민주당은 탄핵소추됐다고 주장하고, 한 대행은 자신이 여전히 국정을 총괄한다고 반박하는 상황이 온다면 국가적 혼란을 수습할 방법조차 찾기 어렵겠죠. 다만, 한 대행의 이같은 결단이 실제 혼란을 줄일 수 있겠냐는 비판적 시각도 적진 않습니다. 특히 경제계와 외교가에선 권한대행 탄핵정국이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인식될 수 있어 대통령 때보다 더 큰 혼란과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앵커]
탄핵안이 가결되면 최상목 부총리가 대행을 하게 되는데, 군통수권까지 행사하게 되는 건가요?
[기자]
이론상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총리실은 그나마 외교 분야까지 포함한 국무조정 기능을 원래 갖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전부처와 연결되는 접점이 사실상 '예산실' 정도입니다. 만약 최 부총리까지 탄핵된다면 그 다음은 사회부총리인데, 교육부는 그마저도 없어, 실제 정부 기능 자체가 마비될 수 있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이 오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면, 여야, 그리고 정부 따질 것 없이 책임을 피할 수 없겠죠?
[기자]
네, '거부권은 있지만 임명권은 없다'는 여당과 '임명권은 있지만 거부권은 없다'는 야당 모두 자가당착에 빠졌단 지적이 나옵니다. 그동안 헌법재판관 추천을 두달 가까이 미루다가 임명을 압박하는 야당의 경우, 국정 안정보단 조기대선에 모든 판단의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국방부 장관이나 행안부 장관 임명은 요청하면서 정작 헌법재판관 임명은 안 된다는 여당도 탄핵 정국 속 가용한 모든 법적수단을 동원해 '시간끌기'에 나선 거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권한대행까지 탄핵소추된다면 내일 당장 환율과 주식이 어떻게 될지, 정치권이 만든 이 혼란에 우리 국민들 모두 정신 바짝 차리셔야 할 듯 합니다. 홍 기자, 잘 들었습니다.
홍연주 기자(playh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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