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채 상병이 순직하고 오늘(9일) 박정훈 대령이 무죄 선고를 받기까지 1년 6개월이 걸렸습니다. 그간 VIP 격노설부터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의 구명로비 의혹까지 석연치 않은 일이 잇따르며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요.
그간의 일들, 이승환 기자가 되짚어드립니다.
[기자]
< 채 상병의 죽음 그리고 수사 >
지난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던 채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습니다.
사망 원인 수사에 나선 해병대 수사단은 같은 해 7월 30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이 전 장관은 돌연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고 언론브리핑도 취소하게 했습니다.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은 그럼에도 경찰에 사건을 넘겼다가 보직해임됐고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했습니다.
[박정훈/전 해병대 수사단장 (2023년 8월 11일) : 법무관리관하고 총 다섯 차례 통화를 하면서 '죄명을 빼라' '혐의사실을 빼라' '혐의자를 빼라' 등 이런 얘기를 하길래 제가 분명히 얘기했습니다. 법무관리관님, 지금 하시는 말씀 저는 외압으로 느낀다.]
< 드러난 'VIP 격노설' >
이 전 장관이 판단을 바꾼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하려고 하겠냐'는 취지로 화를 냈기 때문이라는, 이른바 'VIP 격노설'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윤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로 이 전 장관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박정훈/전 해병대 수사단장 (2024년 6월 21일) :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서 이 모든 것이 꼬이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고 지금 현재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 '도피'와 '동문서답' >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게 된 이 전 장관은 출국 금지 상태에서 주호주대사에 임명돼 호주로 출국했습니다.
논란이 되자 25일 만에 사임했지만, 관련 의혹에 대해선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질책한 적 있냐는 질문에 동문서답했습니다.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 (2024년 5월 9일) : 순직한 그 사고 소식을 듣고 저도 국방장관에게 이렇게 좀 질책을 했습니다. 앞으로 대민 작전을 하더라도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 이렇게 좀 질책성 당부를 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2023년 8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이종호 씨의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주장이 담긴 녹취 파일이 공개됐습니다.
[이종호/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 : 그래가지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
하지만, 고 채 상병이 숨진 지 1년 6개월이 되도록 특검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공수처 수사도 제자리걸음입니다.
박 전 수사단장이 항명 혐의 등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진상 규명을 위한 새로운 동력이 될 전망입니다.
[영상편집 류효정 / 영상자막 김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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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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