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남 창녕에서 학대에 시달리다 도망쳐 나온 아이는 구조된 뒤에 "큰아빠 집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큰아빠'는 친척 집이 아니라 아이가 2015년부터 2년 동안 머물던 '위탁 가정'입니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를 양육 환경이 잘 갖추어진 가정에 보내는 가정 위탁 제도가 있는데요. 이걸 더 제대로 활용하면 좋겠지만 혈연 중심의 우리 사회에선 멀기만 한 얘기입니다. 위탁 기간이 끝나기 전에라도 친부모가 원하면 언제든 아이를 데려갈 수가 있고 결국 폭력의 고리를 끊어낼 수가 없는 겁니다.
먼저 이수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수진 기자]
한쪽 벽면에 아이들 키를 잰 기록이 빼곡합니다.
네 아이의 엄마 이현정 씨의 집입니다.
[이현정/위탁가정 어머니 : 우리 집에 딸 둘이 있고요, 아들 둘이 제 안으로 온 거죠.]
이씨는 두 아이를 위탁받아 키웠습니다.
하지만 그중 한 명은 2년 만에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재혼한 친아버지가 데리고 간 겁니다.
친아버지의 상황이 아이를 키우기엔 아직 적절치 않아 보였지만,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현정/위탁가정 어머니 : 안 불안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요…'종결해야 하는구나' (생각했죠). 통보를 받은 거기 때문에.]
결국 아이는 2년 만에 다시 위탁가정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동복지법상 친부모가 친권을 주장하면 아이를 돌려보내야 합니다.
학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혈연 중심으로 규정된 법 때문에 아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학대 위험에도 돌려보내야 하는 겁니다.
[심형래/관장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 : 학대 가정이 갑자기 부모의 양육태도가 바뀌어서 아이를 잘 양육한다든가 그렇지 않잖아요. 친부모가 아이를 데려가겠다 했을 때 저희한테 거부권이 없는 것도 그런 일들이 발생하는 하나의 원인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동학대 가해자의 77%가 친부모이고 발생 장소는 대부분이 집입니다.
하지만 피해 아동 5명 중 4명은 오늘도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 편견에, 차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