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신고한 사람들 중 43%만 피해자로 인정받았습니다."
오늘(31일)은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지 9년째 되는 날입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초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초청해 공식 사과와 함께 지원확대와 재발방치책 마련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측과 시민단체는 이날도 거리로 나와 아직 피해 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은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 피해자 정부인정질환 인정률이 8.2%로 판정신청자 10명 중 1명도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다"며 "가습기 피해 인정질환을 늘리고 인정률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정부는 ▲ 폐 질환, ▲ 천식, ▲ 태아 피해 3개 질환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질환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센터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결과로 기타 폐질환과 신경계 질환 등 각종 병에 걸리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지만 이들 질환이 아니면 피해 신고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정부가 인정하는 질환 증상을 겪어 신고를 하더라도 실제 정부로부터 피해 인정을 받고 보상을 받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센터는 "피해신고자의 절반도 안 되는 43%가 피해자로 인정받았고 피해 지원금도 37%만 지급됐다"며 "여전히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질환이 많으며 인정질환도 실제 질환별 인정기준이 매우 엄격하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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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가 알려지고 9년이 지났지만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지난 10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부인 박영숙 씨를 떠나보낸 남편 김태종 씨는 "아내가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는 SK가 만들고 애경이 이마트에 공급한, 굴지의 회사들이 관련된 상품이다"며 "우리가 물건을 팔아줘 성장한 기업인데 피해자가 죽는 순간까지 사과 한번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습니다.
2014년 2월, 가습기 살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