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소장엔 우호적인 언론 보도를 유도하기 위한 삼성의 움직임이 적시됐습니다.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사엔 광고를 끊겠다고 압박해 편집국장 해고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위기가 닥친 건 지난 2015년 5월 말입니다.
찬반 의견이 팽팽했던 상황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 4.9% 보유 사실을 알리며 공개적으로 불합리한 합병이라고 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회장 등의 공소장엔 이를 기점으로 미래전략실 주도로 긴급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긴 과정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습니다.
우호적인 언론보도를 유도하기 위한 계획도 이 무렵 수립돼 이행됐습니다.
평소 선물과 접대 등을 통해 교분을 쌓아온 언론사 임직원과 기자들에게 앨리엇을 공격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하고 기사 작성 요구도 빈번하게 이뤄진 게 대표적입니다.
결과적으로 합병에 반대했던 엘리엇은 '기업사냥꾼'이나 '먹튀' 등 시세차익만 노리는 투기 세력으로 묘사되면서 합병 구도가 삼성과 엘리엇의 선악 대결로 그려졌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었습니다.
이 무렵 삼성 측은 나흘 동안 36억 원 상당의 의결권 위임 관련 광고를 발주하기도 했는데, 합병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는 보도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한 무료 일간지 대표에겐 '최지성, 제 꾀에 제 발목'이란 기사를 문제 삼아 편집국장을 해고하지 않으면 광고와 협찬을 줄이거나 끊겠다고 압박해 실제 보도를 막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주요 신문지면을 우호적인 의견으로 채우기 위해 저명인사들도 동원됐습니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에겐 기고문을 대신 작성해 보내주고 그 내용대로 언론사 인터뷰를 하도록 유도했고, 황영기 당시 한국금융투자협회장과 손병두 당시 한국선진화포럼 회장에게도 엘리엇을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