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직도 밤에 불을 마음껏 켤 수 없는 마을이 있다면 믿어지시나요? 냉장고도 잠시 켰다가 꺼놔야 하고 세탁기는 엄두도 못 냅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이들의 밤이 더 길어지고 있는데요. 이런 마을이 전국에 25곳, 100가구 가까이 됩니다.
어떤 사정이 있는 건지, 서효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운문골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험합니다.
[김태연/운문골 주민 : 작은 저수지가 하나 있거든요? 쭉 올라오시다가 보면 아스팔트 끝나는 지점이 있는데 아마 내비게이션이랑 휴대전화가 다 안 될 거예요.]
우체부도 오려고 하지 않아 마을 초입엔 대표 우편함 하나만 세워놨습니다.
여기서도 풀이 무성한 비포장도로를 2km 정도 올라가야 합니다.
운문골에 들어온 지 4년 된 김태연 씨, 어두워지기 전 군불을 때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장작을 아궁이에 넣고 태워야 오늘(20일) 밤 난방을 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가 지원한 태양광 발전 시설이 있지만 용량이 작아 충전한 전기를 최대한 아껴 써야 합니다.
[김태연/운문골 주민 : 맨 처음에 세탁기를 돌리려고 막 했어요. 그랬더니 모든 전기가 나가 버리더라고.]
여섯 가구가 살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겁니다.
[박모 씨/운문골 주민 : (음식도) 다 썩어 버려. 그러니까 그게 사는 게 아니라니까.]
오래전부터 여기 산 박 할머니,
[박모 씨/운문골 주민 : 내가 여기 와서요, 열아홉에 우리 큰애를 낳고 또 작은애 낳고 애들은 다 여기서 다 낳았어요.]
정착한 지 오래지만, 집을 임시로 지어 두었습니다.
[박모 씨/운문골 주민 : 양초, 촛불 쓰다가 촛불이 넘어가가지고. 불이 나가지고 집이 홀딱 타 버렸어.]
빨래도 개울가에서 직접 합니다.
[박모 씨/운문골 주민 : 전기 들어오면 천생 세탁기 놓아야지, 뭐. 빨래하기 힘드니까. 겨울이 제일로 힘들어.]
운문골의 해는 겨울이 되면서 점점 짧아집니다.
지금 시간이 6시를 조금 넘겼는데, 주변이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로 캄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