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다목적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정부가 27일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막판까지 조문 여부를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가장 실시에는 전직 대통령을 예우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한 이튿날인 이날 오전까지 고인을 애도하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나 문 대통령의 빈소 조문 여부에 대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전날 밤늦게까지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 등이 이어졌던 탓에 이 문제를 논의할 여유가 없었던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야 참모들과의 티타임에서 이를 두고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결정이 늦어지는 데에는 고인에 대한 진영 간 평가가 엇갈리는 등 복잡한 여론지형이 그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고민스러운 지점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진보 진영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다.
군사쿠데타를 주도했고,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무력 진압한 혐의 등으로 전직 대통령의 예우가 박탈된 상태이기도 하다.
전날 노 전 대통령 사망 후 유족이 용서를 구하긴 했지만 학생운동의 선봉에 섰던 우상호 의원이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용서를 구한다고 광주가 다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는 등 여전히 반발 여론이 적지 않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조문하는 데 따른 정치적 메시지 등을 고려하면 직접 빈소를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법적으로는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문 대통령이 조문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어 국민 통합의 의미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인데다 대선을 앞두고 진영 간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화해와 포용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그 역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임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궤를 같이하는 북방정책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문을 하고 예를 갖추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28일 이탈리아로 출국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 등을 소화하는 만큼 국민 통합을 위해 통 큰 결단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순방길에 오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있었던 전직 대통령의 장례식에 모두 참석했던 전례도 고려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순방 기간에 있을 국가장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문 만큼은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kjpar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