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 열도 접근한 중국 프리깃함
[일본 방위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베이징=연합뉴스) 이세원 한종구 특파원 = 중국 해군이 일본과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인근 해상에서 러시아 해군의 활동을 감시하는 활동을 펼친 것으로 5일 파악됐다.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 열도에 중국 해군이 접근해 '내가 주인이다'고 시위한 셈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동시 접근에 일본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방위성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4일 오전 7시 44분께 중국 해군의 프리깃함 1척이 센카쿠 열도 남서쪽 수역에 접근했다.
이 프리깃함은 센카쿠 열도를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일본 정부가 통관, 출입국관리 등 행정 행위를 위해 '영해' 바깥쪽에 설정한 '접속수역'에 6분가량 머물다 7시 50분께 이 해역을 벗어났다.
중국은 센카쿠열도를 자국 영토로 간주하기 때문에 일본이 접속수역 설정의 전제로 삼고 있는 센카쿠 주변 '영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군함이 센카쿠 인근의 접속수역에 진입한 것은 2018년 6월에 이어 4번째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보다 조금 앞서 러시아 군함이 근처로 와서 중국과 러시아 군함이 동시에 센카쿠 열도에 접근한 것이 눈길을 끈다.
러시아 해군 프리깃함은 같은 날 오전 7시 5분∼오전 8시 16분까지 일본이 설정한 센카쿠 열도 주변 접속수역에 머물렀다.
방위성은 태풍을 피하려고 러시아 프리깃함이 먼저 접속수역에 진입했고 센카쿠를 자국 영토로 여기는 중국이 러시아 프리깃함을 감시하기 위해 프리깃함을 근처에 투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중국이 남의 집에 와서 주인 행세를 하는 것으로 여길만한 상황이다.
야마다 시게오 일본 외무성 심의관은 쿵쉬안유 주일 중국대사에게 전화해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중국은 합법적인 활동이라며 일축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일본 우익 어선들이 댜오위다오 인근에 불법으로 침입해 중국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중국 해경선이 법률에 따라 일본 우익 어선에 대해 현장에서 법률을 집행하는 것은 주권을 수호하는 정당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댜오위다오와 그 부속 도서는 중국의 고유한 영토로, 중국 함정의 인근 해역 활동은 정당하고 합법적"이라며 "일본은 이러쿵저러쿵 말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군사 전문가들도 양국 군함이 합법적으로 항해한 것이라고 맞섰다.
중국의 민간 군사 연구기관인 그랜드뷰의 톈스천 선임 연구원은 5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중국 선박은 중국이 주권과 관할권을 가진 접경지대를 항해한 것이고, 러시아 선박은 국제법에 따라 어떤 접경지대든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다는 권리에 따라 항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러시아 군함의 센카쿠 열도 진입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일본이 러시아를 제재한 것에 대한 경고성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 역시 대만 문제 등으로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일본에 가하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 해군은 경쟁적으로 군함을 보내 일본 열도를 포위하듯 작전을 펼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의 1만2천t급 최신예 구축함 라싸함 편대는 지난달 12∼13일 무렵 대한해협 동수도로 동해에 진입한 뒤 두 줄기로 나뉘어 홋카이도 남북 해역을 지나 태평양을 따라 오키나와 인근까지 이동했다.
러시아 해군 함정 7척은 지난달 15일 홋카이도 동부 해역에서 태평양을 따라 이동한 뒤 오키나와 남서부를 지나 대한해협을 통과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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