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공론이라고 생각하고요. 직접 솔선수범하셔서 먼저 해보시면 저희도 한번 고려해보겠습니다."
JTBC가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의견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정부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쓰고 있는 바로 그 'MZ세대' 노동자의 이야기입니다.
바쁜 주에 '69시간'까지 일하는 걸 허용하겠다… 반응 정말 뜨거웠습니다. 반발이 이어졌고, 장관은 사과했습니다. 발표 2주 만입니다. 가짜뉴스 탓이란 얘기도 나왔습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과했지만, '이게 장관 혼자 책임질 일이냐'는 질타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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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60시간' 업? 다운?…"장난하나"
장시간 노동 부추긴다는 지적에, 메시지 혼선까지 겹치면서 불타는 여론에 그야말로 기름 부었습니다. 정부 내에서도 말이 계속 달라졌는데, 그 역사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①69시간까지 갈 수 있다. ②안 된다, 60시간 아래로 하자 ③60시간 넘을 수도 있다 ④60시간 이상은 안 된다니까
'용산 발(發)' 지시가 나온 건 고용부 입법예고 8일 만이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이거 재검토하라, 주 69시간은 무리다" 얘기했고요, 그 뒤에 '60시간'이란 상한을 제시했습니다.
[안상훈/대통령실 사회수석(지난 16일)]
"대통령께서는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한 마디로 정책 뒤집은 거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뭐 잘 된 거 아니냐' 이런 반응도 나왔습니다. 그런데요. 그동안 추진하면서 반발이 컸고, 이렇게 물릴 거 처음부터 제대로 준비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거셌죠.
근로시간 유연화, 즉 바쁠 때 몰아서 일하고, 그다음에 몰아서 쉬게 하자는 건 애초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었고요. 작년부터 이거 준비하려고 교수님들 불러모아서 몇 달 동안 연구한 결과도 발표했었단 말이죠.
근로시간 유연화는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입니다. 지난해 6월 이정식 장관이 '연장근로 시간을 월 단위 이상으로 집계할 수 있다'고 추진 방향을 밝히자,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공식 발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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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시간' 말했던 대통령이 '60시간' 가이드를 제시한 지 얼마 안 돼서, 대통령실은 또 "60시간 넘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통령 발언을 대통령실이 뒤집은 거죠.
참고로요, 대통령이 재차 확인한 '60시간' 가이드라인 역시 산재 인정 기준입니다. 현행법은 12주 연속, 주 평균 60시간 이상 근무했다면 업무와 질병의 연관성이 '강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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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다음 날 대통령이 직접 이런 말을 합니다. "60시간 이상 안 된다는 입장은 변함없다"라고요. 그러다 보니 '오락가락 도대체 뭐냐?' 이런 얘기 나왔던 거죠.
[우원식/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21일)]
"무슨 정책이 이렇게 대통령 말 다르고 장관 말 다르고 또 대통령실 말 다르고… 도대체 이거 국민의 삶을 두고 장난하는 겁니까?"
주무부처 고용부 장관은 사과했죠. 따져보면 사실 신제품 개발은 사장님이 시킨 거고, 부장님은 1년을 꼬박 준비해서 '이렇게 만들겠습니다' 대국민 발표까지 해놨더니, 사장님이 '이거 뭐냐, 다시 해라!' 이렇게 한 셈이 됐어요.
[김영진/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21일)]
장관한테 독박 쓰고 책임지라고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자기들도 다 알았으면서?
[이정식/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께서는 항상 노동, 건강, 생명, 안전을 챙기라고 말씀하셨는데 저희가 많이 부족했다…
■ "가짜뉴스 탓" 해명으로 반발만 키웠다
이번 개편안은요. '매주 52시간' 제한하는 현행 규정은 손볼 필요가 있다, 이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지금은 직원 100명이든 1000명이든, 단 한명이라도 한 주 53시간 일 시키면 사장님 형사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지키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회사마다 사정이 있고요. 이걸로 고소·고발하겠다고 마음먹는 직원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러니까 빡빡하게 매주 따지지 말고, 차라리 한 달 단위로, 더 나가서 3개월·6개월 단위로 근로시간 관리해서 '주 평균 52시간'만 넘지 말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핵심은 '매주 관리'를 '주 평균 관리'로 바꾸고, 3개월 이상으로 정할 경우, 총량을 줄인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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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설명드리면요. 이렇게 할 경우, '토탈' 노동시간은 줄어듭니다. 노사가 합의해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3개월 이상'으로 잡으면 지금처럼 매주 관리하는 것보다 '총량'이 줄도록 제도 설계가 돼 있습니다. 영상에도 그래픽 넣어 두었습니다.
자, 그런데… 이런 설명, 바로 이해하시는 분 거의 없을 겁니다. 저희 기자들도요, 이거 복잡한데 어떻게 정리해야 더 깔끔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부 대응은 "개편안의 좋은 취지는 놔두고, 69시간이든 60시간이든 특정 주에는 몰아서 일할 수도 있는 건데, 딱 이 부분만 가지고 비판한다. 가짜뉴스다!"라는 거였죠.
실제 온라인에선 '기절 근무표'라고 떠돈 게 화제가 됐고요. 정부가 해명했는데, 이게 또 빈축을 샀습니다.
고용부가 반박성(?)으로 올려둔 '거짓없는 근무표', 인터넷에 검색하시면 금세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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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주에 몰아서 일하면, 그다음 주에 '야호! 이번 주는 야근 끝이야', 그다음 주에는 '묻지 마 칼퇴!'를 한다고 적어 놨죠. 야근 끝나면 저도 '야호' 소리 나오긴 하는데, 사실 칼퇴는 당연한 거잖아요. 퇴근 시간에 퇴근하는데, '왜 퇴근해' 묻는 게 비정상이고요.
■ '선택권' 말하기에 앞서 돌아봐야 할 것
이런 표현에 화가 나는 건, 지금도 우린 '과로 사회'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정근로 40시간이 당연한데도, 연장근로 포함 52시간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이걸 넘어서 일하는 건 물론 있는 휴가도 못 쓰고 있는데, 회사에 눈치 보여서 얘기를 못 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정상적인 제도라면, 누군가의 용기나 권리의식에 기대지 않고서도 제 기능을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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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언론의 비판 때문에, 홍보와 소통 부족 때문에 빚어진 문제로 보는 시각은 그래서 위험합니다.
노동시간 어떻게 줄여나갈지, 노조 활동도 단체협약도 남의 얘기인 우리 노사관계 어찌할지, MZ를 넘어 직장인들이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인지… 보다 진지하게 바라봐 줬으면 합니다.
일한 만큼 보상받고, 일했으면 쉬겠다는 겁니다. 자율적인 근로시간 선택, 그러니까 노동자의 '시간 주권'이란 게 "연장근로를 더 하고 싶다"는 건 아니잖아요.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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