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취임식
(서울=연합뉴스)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 만이다. 사진은 1987년 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 2020.10.25 [삼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위기의 순간마다 빠르고 과감한 판단과 장기적 안목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았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통념을 깬 역발상은 오늘날 삼성이 있게 한 원동력으로 평가받는다.
◇ 역발상이 만들어낸 반도체 신화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3년. 지식과 경험이 전혀 없던 삼성이 일본을 제치고 반도체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중요한 결정이 계기가 됐다.
1987년 4메가 D램 개발 경쟁이 붙었을 때 삼성전자[005930]는 메모리 반도체 개발 방식을 스택(stack)으로 할지, 트렌치(trench) 방식으로 할지 결정을 해야 했다.
스택은 회로를 고층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이고, 트렌치는 밑으로 파 내려가는 방식으로, 개발진 사이에서도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할지 의견이 양 갈래로 나뉘었다.
당시 회의에서 전문경영인들이 처음 시도하는 기술인 스택 공법을 도입하는데 주저하자, 이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단순하게 생각합시다. 지하로 파는 것보다 위로 쌓는 게 쉽지 않겠습니까?"
이 회장의 결정은 대성공으로 이어졌고, 당시 트렌치 방식을 택했던 경쟁업체는 스택 방식을 취한 삼성전자에 밀려나고 말았다.
이어 삼성은 1992년 세계 최초 64메가 D램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면서 메모리 강국 일본을 추월하고 세계 1위에 오른다.
엔지니어 감각을 지닌 이 회장은 이후 각종 제품 개발에서도 직접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