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파편충돌·방사선 위험 뚫고 민간인도 우주 속으로 '첫발'

2024.09.13 방영 조회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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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민간인 재러드 아이작먼이 우주유영을 시도하는 모습 [SpaceX/Polaris/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 동부시간으로 12일 '폴라리스 던'(Polaris Dawn)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민간인으로는 최초로 우주 유영에 성공하면서 우주유영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오전 이번 임무를 이끄는 미국인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작먼과 스페이스X 소속 엔지니어 세라 길리스는 첫 우주유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인류의 우주유영 역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모두 정부 기관 소속 우주비행사들이 우주 저궤도(최대 고도 433㎞)인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수행한 것이었고 민간인들이 이렇게 높은 고도에서 시도한 것은 역대 처음이었다. 1965년 당시 소련의 우주비행사 알렉세이 레오노프가 우주유영을 시작한 이후 ISS에서는 미 우주항공국(NASA) 등 소속의 우주비행사 약 270명이 우주유영을 했다. ISS에 머무는 정부 기관 소속 우주비행사들은 정거장 일부를 수리하러 우주 밖으로 나가게 되는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항상 짝을 지어 나간다. ISS에서 NASA 우주비행사들이 줄에 매달린 채 우주에서 몇 시간 동안 실제로 떠다니는 것과 달리, 이번 민간인들의 첫 우주유영은 우주캡슐 안쪽에 발을 두고 한 손으로는 캡슐에 설치된 지지대를 잡은 채 팔과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방식으로 한 사람당 약 10분 동안만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안전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하게 시도된 것이다. 12일 민간인 최초 우주유영 시도한 재러드 아이작먼 [SpaceX/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우주의 광활한 진공 상태에 적응하기 위해 우주캡슐 내 압력을 서서히 낮췄고, 해치가 열려 우주 공간에 노출된 뒤 민간인 우주비행사들은 우주복에 붙어 있는 줄을 통해 공급되는 산소에만 의지해 숨을 쉬어야 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폴라리스 던' 비행사들의 조심스러운 접근은 우주가 본질적으로 위험한 환경이며, 우주유영을 하는 동안 우주비행사들은 우주 공간의 진공 상태에서 질식하는 것을 막아주는 우주복 내의 작은 공기 방울에 둘러싸이게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줬다"고 짚었다. 우주는 진공 상태일 뿐만 아니라 위험한 파편들이 무수히 떠다닌다는 점에서도 매우 위험한 공간이다. 이번 임무 사령관인 아이작먼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비행사들이 입은 우주복에 작은 운석 조각들에 부딪힐 경우 우주복에 구멍이 생겨 비행사들을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가 새로 개발한 외부 우주선 활동(Extra-Vehicular Activity, EVA) 우주복은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내구성을 가능한 한 최대치로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12일 우주 궤도를 비행 중인 우주캡슐 드래건 안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민간인 비행사들 [SpaceX/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아이작먼은 지난달 27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우주캡슐의 발사 시간대를 선택하는 데에도 이런 '미세 운석 및 궤도 파편'(Micrometeoroid and Orbital Debris; MMOD)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때를 고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궤도 속도로 비행하는 아주 작은 물체들이 많은데, 이것들은 추적할 수도 없다"며 "(1㎝ 미만) 밀리미터 크기의 물체도 우주선을 뚫고 지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낮은 고도에서는 이런 MMOD가 자연적으로 연소하지만, 높은 고도, 특히 600∼1천500㎞에는 많은 파편이 있다"면서 철저한 분석과 궤적 감시, 기체 움직임 등을 통해 이런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폴라리스 던' 팀원 4명이 우주 밖으로 노출됐을 때는 이들을 태운 우주캡슐 드래건이 약 730㎞ 고도에서 시속 2만5천∼2만6천㎞로 궤도를 비행하던 중이었다. 12일 우주 궤도를 비행 중인 '폴라리스 던' 민간 우주비행사들 [SpaceX/UPI=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0일 오전 플로리다에서 발사된 드래건은 11일까지 지구를 6바퀴 이상 타원형 궤도로 돌면서 최고 1천400㎞(870마일) 고도까지 뻗어나갔다. 이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비행 궤도보다 3배 이상 높은 고도로, 1972년 NASA의 '아폴로' 달 탐사 임무 이후 약 반세기 만에 인류가 비행한 가장 높은 지점이다. 이번에 민간 우주비행사들은 이렇게 높은 우주 궤도를 돌면서 '밴앨런 복사대'로 불리는 방사능대(radiation belt)의 일부를 통과하기도 했다. 약 1천㎞ 고도에서 시작되는 이 대역은 태양에서 방출된 강력한 에너지 입자가 집중돼 지구의 대기와 상호 작용하면서 위험한 방사선 대역을 형성하는 구간이다. NYT는 이번 비행에 참여한 민간 우주비행사들이 처음 몇 번의 궤도를 도는 동안 "ISS에서 몇 달 동안 받는 것과 맞먹는 양의 방사선"에 노출됐다고 전했다. 민간인들이 이런 여러 위험을 극복하고 불과 2년여 간의 훈련을 받은 뒤 무사히 우주 공간을 몸소 체험했다는 점에서 미국 항공우주 당국과 업계는 고무된 분위기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엑스 계정에 올린 글에서 "역사상 최초의 민간 우주유영을 성공한 폴라리스 팀과 스페이스X를 축하한다"며 "오늘의 성공은 민간 우주산업의 큰 도약과, 활발한 미국 우주 경제를 구축하려는 NASA의 장기 목표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전 아이작먼이 우주캡슐 밖으로 나온 모습을 담은 스페이스X 생중계 화면 캡처 사진을 엑스에 게시하면서 "우주유영을 위해 드래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날 올린 게시물에는 이번 비행 중 드래건 캡슐에서 지구를 바라본 모습을 담은 스페이스X의 영상과 함께 "더 높은 곳을 향해, 과거보다 더 밝은 미래를 위해, 매일 아침 영감을 받으며 깨어나고, 우주의 새로운 비밀을 배우기 위해 분투한다!"고 썼다. min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연합뉴스 2024091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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