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물가와 금융 안정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펴는 한국은행이 파격적인 정책을 잇따라 제안하고 있습니다.
돌봄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대학 지역 할당제까지 그야말로 '시끄러운' 보고서를 내놓고 있는데, 왜 그런 걸까요.
이형원 기자입니다.
[기자]
논란의 시작은 올해 3월 내놓은 돌봄 비용 관련 보고서입니다.
고령화와 저출산 같은 우리 사회 고질적인 문제를 언급하며, 간병과 아이 돌봄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국인 노동자 직접 고용 등 최저임금을 비껴갈 수 있는 방식까지 제시해 노동계가 반발했습니다.
[채민석 /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 (지난 3월) : 돌봄서비스 부문의 낮은 생산성을 고려할 때 이 부문에 최저임금을 다소 낮게 적용한다면 경제 전체적으로는 효율성을 개선하는….]
[이자스민 / 당시 녹색정의당 의원 (지난 3월) : 대한민국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서 외국인, 여성, 돌봄 노동을 싸잡아 폄훼하는 시대착오적이며 비인권적인 보고서를 발간하고….]
6월에 내놓은 물가 보고서도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OECD 국가와 비교해 농산물 물가가 유독 높다며 수입 확대를 주장하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직접 나서 반박했습니다.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지난 6월) : 사과처럼 전체를 수입하지 않을 경우에는 농가를 보호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좋은 정책일지 모르지만, 변동성이 굉장히 커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입의 다양화를 추진하는 게 좋지 않겠냐….]
[송미령 /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지난 6월) : 수입을 많이 한다고 해서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큰 연관성은 없다, 아무래도 농업 분야 특성이 있는데 물가 중심으로만 단선적으로 봤기 때문에….]
지난달에는 대학 입시제도라는 가장 예민한 문제까지 건드렸습니다.
아이의 잠재력보다 부모 경제력이나 거주 지역이 서울대 진학을 좌우한다며, 상위권 대학 입학 정원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로 선발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입시 불평등이 유발하는 수도권 인구 집중과 서울 집값 상승, 저출산 같은 구조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라는 겁니다.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지난달) : (서울 또는 강남 같은) 특정 지역 출신 학생 수가 입학 정원의 몇 퍼센트 이상 안 되게 이런 식으로만 컨트롤하면 굉장히 현실적으로 할 수 있다…. 서울대 교수님들께서 합의하셔서 하시면 돼요.]
이렇게 한국은행이 논쟁적인 화두를 던지는 건 이창용 총재가 말한 '싱크탱크' 역할에 충실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이 총재는 저출생과 고령화, 소득 불평등, 교육 격차 등 구조적인 문제 앞에 한국은행의 역할을 통화정책 테두리 안에만 묶어둘 수 없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지난 3월) : 우리에게는 이미 낮게 매달린 과일은 더는 없는 상황이며, 높게 매달린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수반된 구조개혁이 필요합니다.]
이런 구조개혁을 위해 이 총재가 내세운 '시끄러운 한은'으로 거듭나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YTN 이형원입니다.
영상편집 : 한수민
YTN 이형원 (lhw9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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