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과학 영재 육성이 목표라는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이 학교들을 나와 의대에 가는 학생 수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3년간 전국 의대 신입생의 출신 고등학교를 전수조사했더니, 매년 2백 명이 넘었습니다.
김윤미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 리포트 ▶
전국에 딱 28곳 있는 영재학교와 과학고.
훌륭한 과학자를 길러내기 위한 특수 목적 교육기관으로,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수학과 과학은 대부분 학부 수준까지 가르칩니다.
[최호성/경남대 교수]
"(대학에) 일반계 고등학교 이과 졸업생은 비무장 상태로, 과학고는 중무장 상태로, 영재학교는 핵무장 상태로 들어옵니다."
의대 쏠림 현상에, 과고와 영재학교에선 의대에 지원하면 국가 장학금을 반납하게 하고 추천서를 안 써주는 식으로 이공계 진학을 유도합니다.
이런 전략이 잘 통하고 있는지 MBC가 최근 3년간 전국 39개 모든 의과대학의 신입생 출신 고등학교를 분석했습니다.
전국 의대 입학인원 3천 1백여 명 중 과학고와 영재학교 출신은 약 7%, 2022학년도에는 228명, 올해는 206명이었습니다.
국립대와 사립대로 나눠보면 각각 4%, 8%로 집계됐습니다.
언뜻 별로 안 높은 것 같지만 소위 탑 7(세븐) 사립대 의대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024학년도 성균관대 의대 입학생은 42명.
이 중 과학 특목고는 14명으로, 3명 중 1명꼴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과학 특목고 비중이 높은 연세대 의대는 22%, 그나마 2022학년도 29%보다 낮아진 겁니다.
그 뒤로는 경희대·중앙대·가톨릭대·한양대·고려대 순으로, 상위 7개 사립대 의대 신입생 20%가 과학고·영재학교 출신이었습니다.
국립대의 경우 서울대 의대는 영재학교 출신, 부산대 의대는 과학고 출신에 쏠리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특목고 학생들은 정성 평가를 우선시하는 수시 전형을 노리고, 대학들은 수능 최저기준을 없애거나 완화해 최상위권 특목고 학생들을 유치하는 겁니다.
[임성호/종로학원 대표]
"내신 성적 따기 어려운 학교, 수능이 대비가 어려운 학교, 과고나 영재학교는 누가 보더라도 엘리트 학생, 딱 맞는 거죠."
이 때문에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대학들이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경쟁하면서 특목고 출신 'N수생'들이 더 유리해질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이정헌 의원/국회 과방위·더불어민주당]
"정부가 의대 증원 숫자에만 맹목적으로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이공계 교육의 현실을 냉철하게 쳐다보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정부는 이공계 석박사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각각 80만 원, 110만 원씩 생활비를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연구개발 예산이 한순간 삭감되고 과학 영재를 꿈꾸다가도 경제적 보상을 찾아 의대로 진학하는 게 현실.
정부의 대책이 겉돌지 않으려면 먼저,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왜 의대에 쏠리는지부터 냉정하게 분석해야 할 겁니다.
MBC뉴스 김윤미입니다.
[자료출처: 이정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
영상취재 : 강재훈 이관호 / 영상편집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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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미 기자(yoong@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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