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민은행 고객센터에 8달 동안 540번이 넘게 전화를 한 사람이 있습니다. 심지어 성희롱 발언까지 일삼았는데도, 상담사들이 이 전화를 계속 받아야 했다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정성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은행 고객센터 상담 중 갑자기 성희롱 발언이 나옵니다.
[상담사 : 고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고객님?]
[민원인 A : XX.]
이 민원인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540여 차례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왔고, 성희롱 발언이 신고된 것만 30번이 넘습니다.
한 시간 동안 9번 전화받은 상담사도 있습니다.
[상담사 :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고 사용하실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민원인 A : XXX.]
상담사들은 회사에 계속 고충을 호소했지만, 업무 문의는 대응하되 정상적이지 않은 발언이 있으면 '업무방해 ARS'로 넘기고 종료하라는 지침만 반복해서 내려올 뿐이었습니다.
[신은주/콜센터 상담사 : 계속 우리가 문제 제기를 해도 전혀 변하지 않아요. 저희 상담사가 자체적으로 뭘 판단하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상담 중 일방적으로 날아드는 욕설,
[상담사 : 고객님, 해당 번호 저희 국민은행에 등록돼 있는 번호가 아니시라고 나오시거든요.]
[민원인 B : 아니 XX, 국민은행 쓰고 있는데….]
[상담사 : 욕하지 마시고요.]
[민원인 B : XX, 야 XX 너 어딘데.]
회사에 보고하니 오히려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상담사 : 제가 불편드려서 죄송합니다.]
[민원인 B : 아니, 죄송하다 하지 말고 원래 그러냐고요.]
은행 민원팀이 하청인 콜센터의 악성 민원을 보고 받고, 사후조치를 담당하도록 매뉴얼이 마련돼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박홍배 의원/국회 환경노동위 :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갖춰 놓고 있지 않고, 실질적인 감정노동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감정 노동의 외주화(입니다.)]
국민은행은 악성 민원의 심각성을 처음에는 몰랐다는 입장이고, 하청업체는 보고해도 매번 형식적인 지침만 내려왔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 지 6년이 됐지만, 이런 보호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윤태호, VJ : 정한욱)
정성진 기자 capta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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