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처음 대학에 커피학과를 만들어 유명세를 탔던 교수가 최근 정부가 운영하는 박물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을 한 시간 일찍 출근시켜 커피 원두를 갈게 하고, 업무와 관계없는 합창 연습을 시키는 식으로 '갑질'을 했단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심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문을 연 국립세계문자박물관입니다.
문체부는 1대 관장으로 단국대 김성헌 교수를 임명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커피학과를 만들어 커피교수로 불렸습니다.
그런데 김 관장이 취임하자마자 신입 직원들을 한 시간 일찍 나오게 해 원두를 갈게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직원 A씨 : 아침부터 사무동 입구에서 (신입직원들이) 전 직원분들의 커피를 내리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받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불편하지 않았을까…]
기존에 전자 결재로 하던 것까지 모두 대면보고를 하라며 관장실 앞에 줄을 세웠다고도 했습니다.
[직원 A씨 : '관장 보고 일정표'에 부서 이름과 현안, 그리고 시간을 적고 숙제를 검사받는 학생처럼 관장실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구조이거든요.]
그렇게 들어가면 커피콩이 있는 열매를 통째로 먹으라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직원 B씨 : 커피나무가 있어요, 관장실 안에. 열매 같은 게 있거든요. 먹어보라고 해서 다 같이 그걸 먹었던…]
거절해도 소용없었다고도 했습니다.
[직원 B씨 : 커피를 못 먹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러면 '이건 커피가 아니고 약이다' 이런 식으로 권유를 하니까…]
관장실에 있는 커피나무는 한 커피 업체 대표가 준 선물이었습니다.
박물관 기념품과 답례품 등을 이 업체 걸로 바꾸라는 관장의 지시에 따라 박물관은 약 천만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지금도 기념품샵에서 팔고 있습니다.
[직원 A씨 : 퀄리티나 무게를 비교하면 다른 원두에 비해서 비싼 걸로 알고 있는데 예산을 이렇게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것…]
이뿐만이 아닙니다.
관장은 지난 8월엔 행사 진행 능력을 기르겠다며 직원 14명을 일방적으로 뽑아 합창단을 만들었습니다.
한 직원은 "영문도 모른 채 불려 와 노래 연습을 하고, 업무와 무관한 일로 평가받는 상황에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 합창단의 지휘자는 김 관장의 교수시절 조교였던 박모씨입니다.
특히 박씨는 박물관 소속이 아닌데도 직원 명찰을 달고 전시 기획 등 여러 박물관 업무에도 개입했습니다.
[김재원/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 관장은 현재 그 조직이, 마치 자기의 사적인 조직인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김 관장은 이런 의혹에 대한 JTBC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난 국정감사에선 "커피 맛을 한번 보라고 한 것"이며 "조교 박 씨는 자문을 해주러 왔을 뿐"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는 문체부는 결과에 따라 김 관장의 해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김진광 김영묵 / 영상편집 정다정 / 영상디자인 최석헌]
심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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