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은 수험생과 가족들이 하루 종일 가슴을 졸였던 대학수학능력 시험일이었습니다. 올해는 52만 명이 수능을 봤는데요. 이 가운데엔 여든이 넘은 만학도 수험생도 있었습니다.
손자손녀뻘 학생들과 시험을 치른 최고령 수험생 임태수 할머니를, 임서인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수능 시험을 마친 83세 임태수 할머니가 계단 난간을 짚으며 밖으로 나옵니다.
대학생을 꿈꾸는 어엿한 고3 여학생입니다.
임태수 / 서울 일성여고 3학년 (83세)
"영어는 아무래도 읽는 거 잘 못 읽고 듣는 것도 좀 힘들지. 눈이 어두워서 흐리니까 잘 보이지 않아서 그게 걱정되더라고요."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임 할머니는 중학교 2학년때 집안 형편이 나빠져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습니다.
평생을 주부로 살다 공부를 다시 하겠다고 결심한 건 2년 전.
임태수 / 서울 일성여고 3학년 (83세)
"하고 싶었는데 여건상 못 했잖아요. 애들 다 키우고 손자들 다 키우고 대학 보내고 나니까 가만히 있으면 안되잖아요."
여든이 넘은 나이에 무릎도 불편했지만 매일 2시간씩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갔습니다.
임태수 / 서울 일성여고 3학년 (83세)
"학교 수업 5시간 집에 가면 보통….독서실에 가서 한 3~4시간씩 2시간씩 공부해요. 그냥 노력하면 되겠다 하고 그냥 계속 하는 거지."
이미 수시 전형으로 대학교 2군데에 합격한 임 할머니는 대학 생활에 기대도 큽니다.
임태수 / 서울 일성여고 3학년 (83세)
"대학교 가면 우리도 동아리 모임도 하고 엠티도 하고 또 못 배웠던 거 마저 배우고…."
대부분 60~80대인 같은 학교 후배들에겐 본받고 싶은 선배이기도 합니다.
유귀순 / 서울 일성여고 2학년 (70세)
"선배님처럼 내년에 대학을 가보게 수능을 봐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임 할머니같은 늦깍이 여학생은 모교에만 1000명이 넘습니다.
평생을 배움에 목말랐지만 이젠 눈앞에 꿈이 있습니다.
"엄마도 대학간다, 일성여고 파이팅! 떡하니 붙으세요, 일성여고 파이팅!"
TV조선 임서인입니다.
임서인 기자(impact@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