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주항공 같은 저비용 항공사는 대형 항공사에 비해 조종사와 정비사 수가 적습니다. 그렇다 보니 업무 강도가 높고, 격무로 피로가 누적돼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형우 기자가 제주항공 전직 기장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열악한 노동 환경과 심한 업무 강도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의 고질적 문제로 늘 지적돼왔습니다.
제주항공의 전직 기장은 SBS에 저비용 항공사들의 운항 강도가 구조적으로 심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습니다.
[제주항공 전직 기장 : 저비용항공사들의 임금 구조가 쉬는 날을 반납하면 돈을 더 주는 개념으로 비행 운영을 하다 보니까.]
특히 동남아시아 위주의 밤샘 운항이 잦은 탓에 피로도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제주항공 전직 기장 : 대형항공사에서 장거리 비행도 해보고 했지만, 동남아에서 새벽에 떠서 한국에 아침에 내리는 비행이 사실은 더 피곤하죠.]
정비 인력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저비용 항공사가 늘어나면서 지난 2016년 국토부는 항공기 1대당 정비사 12명을 적정 인력으로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항공사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기준이라는 이유로 최소 12명 권고는 없어졌습니다.
제주항공의 여객기 1대당 정비인력은 2024년 말 기준 12.7명입니다.
정비 인력은 부족한데 제주항공 여객기의 월평균 가동시간과 하루 평균 가동률은 국내 항공사 중 최고 수준입니다.
결함이 발견되더라도 여객기를 즉각 멈춰 세우기가 어려운 환경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저비용 항공사 전직 정비사 : 조종석 왼쪽에 창문이 깨졌어요. 내가 '비행하지 말자' 이랬어요. 정작 (정비)해서 왔더니 저희 정비팀장이 하는 얘기가 '야 그냥 끌고 오지 그랬어'.]
운항을 앞두고 있는데 정비가 더 필요하니 운항을 지연시키자고 말하는 게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이 정비사는 말했습니다.
[저비용 항공사 전직 정비사 : 물론 (정비로 인한) 지연을 잡을 수 있어요. 잡으면 (내부적으로) 욕먹겠죠. 그러니까 그거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있기 때문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저비용 항공사들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저도 오늘(31일) 공항 철조망을 따라 걸으며 취재했습니다.
곳곳에 희생자를 기리는 국화꽃과 눌러 쓴 손 편지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애도의 마음들이 사고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영상편집 : 최혜란)
▶ "설마했는데…이런 참담한 일이" 슬픔에 잠긴 광주·전남
▶ "곧 손주 태어나는데…" 품에 안지 못 하고 떠난 형 부부
전형우 기자 dennoch@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