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79명이 목숨을 잃은 여객기 참사, 어느새 열하루째입니다. 유족들이 장례를 치르러 떠나면서 공항은 텅 빈 상태가 됐지만 그럼에도 추모의 발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슬픔을 조금이라도 나누려는 노력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눈이 내립니다.
기체를 살펴보던 현장 관계자들이 작업을 멈춥니다.
오늘로 사고 열흘째입니다.
무안 현장엔 눈이 내렸다가 지금은 그쳤습니다.
비행기 꼬리는 방수포로 덮인 상태입니다.
희생자 179명의 시신은 가족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공항 1층에 빼곡했던 유가족 쉼터 텐트는 모두 치웠습니다.
유족은 장례를 치르느라 잠시 공항을 떠났고 유류품 700여점만 남았습니다.
참사 현장은 시간이 멈춘 듯 쓸쓸함마저 감돌았습니다.
하지만 계속 공항 근처를 지키는 버스 한 대가 보입니다.
사고 다음날 무안공항 입구에 위치한 버스입니다.
마음을 상담한다고 적혔습니다.
유족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온몸으로 겪고 있습니다.
전문 요원들은 지금까지 100명 넘는 유족을 만났습니다.
[나수정/호남권 트라우마센터 팀장 : 검안 검시를 할 때 전문 요원들이 한 명씩 따라 들어가서 유가족들이 놀라지 않도록 다독여주고. {위로의 방식도 다양한 것 같아요, 많은 말을 건네기보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옆에서 내가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 느낄 수 있도록 자리를 지켜주고.]
텅 빈 공항을 채우는 이들은 또 있습니다.
여전히 현장을 찾는 추모객들입니다.
[고주연/서울 풍납동 : 운전해서 왔습니다. 어제 여기 근처에서 1박을 하고 사고 현장을 보고. {3시간, 4시간 운전하셨을 텐데 그땐 어떤 마음이셨어요?} 일 때문에 새벽 깜깜한 길에 왔거든요. 서울에서 눈이 안 오다가 오는 길에 눈이 엄청 왔어요. 착잡하고 슬픈 감정이 들 수밖에 없더라고요.]
헤아릴 수조차 없는 상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나누기 위해섭니다.
[고주연/서울 풍납동 : 특히 정치적인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온전한 마음으로 슬퍼할 수 있는 것. 항상 마음속에 기억하고 그 슬픔을 같이 나누는 그런 지속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더 빨리 와보지 못해 미안하다고도 말했습니다.
[김소은/서울 가락동 : 막상 와보니까 너무 늦게 왔다는 생각도 들어요. 일찍 찾아뵙고 싶었는데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들고요. 이번 사고에 대해서 잊지 않고 살아가는, 마음속에 계속 지니고 살았으면…]
참사 현장이 보이는 철조망.
나비넥타이와 면사포가 걸렸습니다.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는 글도 적혔습니다.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한 신혼부부를 추모하는 마음입니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남은 가족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유족을 상담한 의사는 '함께 한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경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나 혼자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이라든가. 마지막 통화를 못 받았다든가. 전문가로서 개입을 하고 나름의 공감을 하지만 사실 당사자의 고통은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가 아니라 모든 사회가 함께한다는 것들이 뭔가 회복하고 앞으로 걸어 나갈 힘을 주는…]
그래서 참사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작업만큼이나 도 넘는 악성댓글이나 가짜뉴스를 뿌리뽑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경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지금 정말 위험한 건 분열되고 비난하는 거거든요. 다양한 입장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에 대해서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라고. 남은 자들이 최대한 빠르게 일상으로 회복하길 기대하는 마음들은 다 똑같을 것 같거든요. 저는 그냥 그런 마음을 가는 것 자체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불과 열흘 전 벌어진 일인데 자칫 쉽게 잊히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이젠 '마음에 묻으라'는 말보다 '함께 슬픔을 나누고 더 기억하겠다'는 말이 필요한 때입니다.
[작가 강은혜 / VJ 김진형 / 영상편집 유형도]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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