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새벽 2시, 29살 김 모 씨는 인천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자영업자인 남자친구와 바쁜 시간을 쪼개 새벽 데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서울 양평동 노들길에서 경인고속도로로 향하는 순간, 김 씨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벤츠 한 대가 옆 차선에서 안전봉을 넘어와 김 씨의 아우디 차량을 추돌했고, 김 씨 차량은 붕 뜨는가 싶더니 가드레일을 들이박는 아찔한 상황이 펼쳐졌다.
더욱 황당한 건 사고 직후였다. 김 씨의 차량을 충격한 벤츠는 그대로 달아나버렸다.
그 날은 신차 출고 5일째 되는 날이자, 두 번째로 운전대를 잡은 날이었다.
당시 상황이 김 씨 차량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겼지만, 육안으로는 가해 차량 번호를 알아내기 어려웠다.
영상 판독 전문가에게 번호판 식별을 의뢰했지만, 소용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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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장은 "밤에는 차량들이 전조등을 켠 상태여서 번호판의 검은색 숫자가 빛 번짐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밤에 찍힌 블랙박스 영상의 80%는 분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사고에 대비해 블랙박스 음성녹음 기능을 항상 켜놓고, 사고가 나면 경황이 없더라도 눈에 보이는 번호판을 소리 내 외쳐주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며칠 뒤, 김 씨는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전했다.
은색 벤츠를 몬 30대 남성 A씨는 사고 발생 후 10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에 자진 신고한 A씨는 "새벽에 사고가 난 것 같다"며, "술은 마시지 않았고, 일을 마치고 늦게 귀가하던 중 졸음운전을 한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A씨의 뺑소니 혐의에 더해 음주 운전 여부도 추가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휴대폰과 카드 내역 등 행적 조사를 통해 음주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일로 전치 2주 상해와 차량 수리비 천5백만 원의 피해를 입은 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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