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복직 소송 승소 기자회견
(대전=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7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sykims@yna.co.kr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김준범 기자 = 성전환수술(성확정수술)을 받은 변희수 전 하사에 대해 심신장애를 이유로 전역 처분한 군의 조처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전역심사 당시 변 전 하사 성별이 명백히 '여성'이었던 만큼 남성으로 간주하고 "장애가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법원은 판시했다.
성전환 장병 복무와 관련한 첫 판례다.
대전지법 행정2부(오영표 부장판사)는 7일 변 전 하사가 생전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 "변희수 전 하사 전역 취소해야"
지난 2020년 1월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거수경례하는 변 전 하사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부는 먼저 전역 심사 당시 변 전 하사의 성별은 여성이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성전환 수술 직후 법원에서 성별정정 신청을 받아들인 데다 (변 전 하사가) 이를 군에 보고한 만큼 군인사법상 심신장애 여부 판단은 당연히 여성을 기준으로 해야 했다"며 "여성 기준으로 한다면 처분 사유인 심신장애는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수술 후 원고에 대해 '남성 성기 상실 등 심신장애에 해당한다'고 본 군인사법 처분 자체가 위법이라는 뜻이다.
나아가 재판부는 변 전 하사 사례처럼 남군에서 복무 중 성전환을 해 여성이 된 경우 복무 계속 여부를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궁극적으로 군 특수성 및 병력 운영, 성 소수자 기본 인권,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면 사법부가 소송 권리관계를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선례도 제시됐다.
재판부는 원고 사망 이후 유족이 원고 자격을 승계(소송수계)한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군 지위(복무)는 상속 대상이 아니지만, 전역 처분이 취소되면 급여지급권을 회복할 수 있는 만큼 원고 권리구제 대상"이라며 "소송수계는 적법하다"고 밝혔다.
성 정체성 혼란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 속에서,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도 들어 변 전 하사 유족 소송수계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일신전속권 관련 청구 소송에서 소송 당사자 이익(소송 목적)을 인정하는 법리를 넓힌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 차려졌던 변희수 전 하사 추모 공간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 북부 모 육군부대 소속이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휴가 중 외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고 돌아와 '계속 복무'를 희망했다.
그러나 군은 변 전 하사 신체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시행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 전역을 결정했다.
변 전 하사는 "다시 심사해달라"며 지난해 2월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으나, 육군은 "전역 처분은 군인사법에 규정된 의무심사 기준 및 전역 심사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문을 두드리기로 한 변 전 하사는 '트렌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도움으로 지난해 8월 11일 계룡대 관할 법원인 대전지법에 소장을 제출했다.
변 전 하사는 그러나 첫 변론 전인 지난 3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유족이 원고 자격을 이어받아 재판을 했다.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 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등은 대전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판결은 성 소수자들의 지친 마음에 닿을 희망으로 역사에 길이 기억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시민단체는 서욱 국방부 장관의 사죄와 함께 책임 있는 개선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육군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며 판결문 검토 후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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