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주택 세입자들에게는 '계약 갱신 요구권'이라는 게 있습니다.
세입자가 2년 더 살겠다고 하면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지 않는한, 한 번은 꼭 들어줘야 하는 권리죠.
그런데 최근 집값 하락으로 전세보증금도 같이 떨어지면서 계약 만기가 돼도 갱신요구권을 쓰는 세입자들이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박철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2년 전 보증금 7억 5천만 원에 전세 계약을 한 서울 강동구 모 아파트 세입자 임 모 씨.
곧 만기가 다가오지만 갱신요구권 대신 보증금을 낮춰달라고 요구할 계획입니다.
한 때 8억 원 이상 솟구쳤던 전세 가격이 지금은 5억 원 전후로 뚝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임 모 씨/세입자]
"저희는 이제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으려고 갱신 청구권은 어차피 쓸 수가 없죠. 많이 내려갔으니까."
다른 지역 아파트 단지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계약 갱신을 위해 찾아오는 집주인과 세입자들 가운데 소위 열에 아홉은 보증금을 낮춰 계약하는 실정입니다.
[서울 마포구 부동산]
"요즘에는 역으로 임대인들이 대출을 내요. 개인 대출이 됐든 본인이 사는 집 담보 대출이 됐든 임차인한테 돈을 내줘야 하니까."
갱신요구권을 쓰면 세입자는 1회에 한해 계약을 갱신할 수 있고, 집주인은 보증금을 5% 이상 올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전세 가격이 계약 당시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속출하자, 굳이 갱신요구권을 쓸 이유가 사라진 겁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계약은 모두 6,574건.
제도가 도입된 2020년 7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진태인/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
"갱신요구권을 안 쓴다는 것은 전세가도 계속 떨어지고 금리나 이런 것들 때문에 주거에 대한 비용 부담이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더 저렴한 매물로 이동하려고 하거나 하는 거죠."
같은 집에 한번 더 살겠다는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계약 가운데도 열 건 중 세 건은 보증금을 줄였습니다.
1% 수준이었던 일 년 전에 비해 서른 배 증가했습니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에 퍼지면서 월세 선호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 수도권 주택의 전월세 갱신계약 중 전세를 월세로 변경한 계약은 5,971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MBC뉴스 박철현입니다.
영상취재: 소정섭 / 영상편집: 최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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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현 기자(78h@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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