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기가 나빠지면 약자들이 제일 먼저, 또 제일 아프게 느낍니다. 특히 건설경기가 나빠진 건 일용직들에게는 직격탄입니다. 한 60대 노동자는 건설 현장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으면서 일거리를 찾았지만 일은 없었고 결국 끼니를 줄였습니다.
송승환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마포의 한 건설 현장입니다.
가벽을 따라가다 보면 이렇게 "현장에서 일하고 싶어요"라며 자신의 연락처를 적은 종이가 붙어 있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 건지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벽보를 쓴 건 서울 아현동에 사는 65살 최두철 씨입니다.
[최두철/서울 아현동 : 제가 먹고 살려면 일을 해야 되잖아요. 요즘 현장에 자잿값이 올라가지고 공사가 중단되는 데가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일하기가 좀 힘들어요.]
현장에 입고 나가던 작업복과 안전모는 아홉 달째 방 구석에 놓여 있습니다.
[최두철/서울 아현동 :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1월, 2월. (일 못 한 지) 지금 9개월 됐네요.]
일자리를 잃은 뒤 6개월까지 나오는 실업급여도 지난 1월부터 끊겼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한 달 생활에 드는 돈은 약 80만원.
요즘엔 돈을 아끼려 하루에 한 끼만 먹습니다.
최씨는 이날도 인근 건설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최두철/서울 아현동 : 얼굴 철판 깔고 그냥 가서 일 좀 하고 싶은데 사람 필요 없냐고 여쭤보는 거죠.]
하지만 지금까지 연락이 온 곳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최두철/서울 아현동 : 남는 시간에는 그냥 뭐 집에서 그냥 텔레비전 보다가…]
결국 다시 달력 한 장을 찢어 뒷면에 적습니다.
(영상그래픽 : 김지혜)
송승환 기자 , 김영묵, 박세준,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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