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지난주 뉴스데스크는 네팔의 심각한 기후 위기 상황을 전해드렸죠.
네팔에 쏟아진 최악의 폭우는 어제까지 2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케 했습니다.
그런데 아시아 다른 나라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아 지역의 여러 기상 재해 중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키는 것이 바로 홍수인데요.
MBC 기후환경팀이 방글라데시의 처참한 홍수 피해 현장을 취재하고 돌아왔습니다.
김민욱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둑방길 옆에 천막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길이 뚝 끊겨 더 이상 갈 수 없게 됐습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동남쪽 쿠밀리아의 부르부리야 마을.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도 처음 보는 거대한 홍수로 100미터 길이의 둑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홍수가 난 지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복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거대한 흙탕물이 둑을 허물고 마을을 덮친 것은 지난 8월 22일 밤이었습니다.
마을의 모든 집들이 물에 잠겼습니다.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진 집들이 수십 채입니다.
커다란 양계장이 있던 자리도 터만 남았습니다.
지금 침구류는 그냥 다 마당에 나뒹굴고 있고요.
아직 뭐 옷 같은 것들도 차마 정리를 다 못 하셨습니다.
세 아들 부부와 함께 살던 누루 미야 씨.
방이 여러 개였던 집이 물에 휩쓸려 사라졌고, 기울어진 화장실만 남았습니다.
한 달째 나뭇가지에 비닐을 얹은 곳에서 잠을 자는데 그나마 절반은 염소 차지입니다.
[누루 미야/부르부리야 주민]
"(둑방길에서 며칠 잤는데) 둑을 다시 쌓는다고 떠나라고 했어요. 그래서 비닐로 천막을 쳐서 염소들이랑 밤에 같이 자고 있어요."
바다가 가까운 방글라데시 동남부는 비교적 홍수 피해가 많지 않던 곳입니다.
하지만 8월 말 쿠밀리아와 페니 일대에서 발생한 홍수로 74명이 사망했습니다.
중국 티베트고원에서 시작해 인도를 지나 방글라데시 한가운데를 흐르는 거대한 브라마푸트라강.
여러 강들이 합쳐지는 방글라데시 북부는 거의 매년 홍수 피해를 입습니다.
[모하마드 임다둘혹/쿠리그람 주민]
"(얼마 전 홍수로) 열 가구 정도는 집이 부서졌어요. 140가구 정도는 마을을 떠났습니다."
인도 국경과 멀지 않은 랄모니르핫.
지평선이 보일 정도인 이 넓은 지역이 두 달 전 홍수에 다 물 아래에 있었다고 합니다.
상당히 넓은 지역인데 물의 양이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홍수는 점점 더 무시무시해지고 있습니다.
[아샤라 풀 이슬람/랄모니르핫 주민]
"홍수가 났을 때 물의 높이가 과거보다 더욱 높아졌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방글라데시 일부 지역의 경우 하루 150밀리미터 이상의 극한 강우 빈도가 최대 4배 늘었습니다.
전 국토의 30% 정도였던 홍수 지역은 1990년대 후반에는 60%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아쉬라피 아프린/세이브더칠드런 방글라데시]
"(이 지역은) 폭염도 있고 비도 많이 옵니다. 겨울에는 또 너무 춥습니다."
세계기상기구는 아시아에서 기상 재해로 발생하는 사망자의 60%는 홍수가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시아에 가장 큰 피해를 안기는 기후 재난 홍수.
그리고 방글라데시는 그 피해의 중심에 있습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김준형 전인제 / 영상편집 : 허유빈 / 취재지원 : Save the Child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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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김준형 전인제 / 영상편집 : 허유빈
김민욱 기자(wook@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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