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두 달 넘게 북극 바다를 누볐던 우리나라 극지연구소 대원들이 기후변화의 실상을 전해왔습니다. 북극 바다에서는 예년보다 빙하가 너무 많이 녹고 있고, 바닷물 온도가 올라간 탓에 새끼 오징어까지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정구희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국내 유일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하얗게 얼어붙은 바다 얼음을 뚫고 극지를 향해 나아갑니다.
배가 멈춘 곳에 찾아온 북극곰 가족.
관측 장비가 신기한지 주위를 맴돕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한국의 극지연구소 대원들은 얼음 두께와 특성을 조사하러 북극 바다를 찾습니다.
올해는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아 북쪽으로 100km나 더 올라가야 했습니다.
[양은진/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 가면 해빙(바다 얼음)이 물렁물렁해서 '해빙 캠프'(관측기지)를 (설치)할 수 없는 해빙들이었어요. 그걸 봤을 때 녹고 있구나, 빠르게.]
북극해 온도도 예년보다 따뜻해진 상태였습니다.
어떤 생물이 유입돼 있을까.
북위 77도, 북극해 중앙 공해에서 수중 관측 장비를 내려 촬영했더니, 오징어 성체와 유생이 포착됐습니다.
15년 탐사 사상, 올해 처음으로 이 정도 고위도에서 유생, 즉 새끼 오징어까지 채집됐다는 건, 그만큼 북극해가 따뜻해졌다는 얘기입니다.
[양은진/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 (북위) 72~73도에선 (새끼 오징어가) 발견된 보고들이 있었거든요. 여기(77도)에 서식지가 있을 거다, 유생이 있는 거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북극해가 변해가고 있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조금 더 아래 북위 74도에서는 가로 350m, 세로 110m 크기의 거대한 빙산이 발견됐습니다.
이 정도 크기 빙산이 북위 74도 근처에서 발견되는 건 이례적이라는 게 학계의 평가입니다.
이보다 더 고위도에서 거대한 빙하가 녹으면서 일부가 떨어진 뒤 내려온 걸로 추정됩니다.
북극 얼음이 많이 녹을수록 찬 공기를 가둬두는 북극의 소용돌이가 느슨해져, 그만큼 우리나라에는 북극 한파가 더 쉽게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극지연구소 대원들은 기후위기의 경고 신호를 전해준 셈입니다.
(영상편집 : 신세은)
정구희 기자 kooh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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