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논란 끝에 열린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은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하는 행사라기보다 일본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행사에 가까웠단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오늘(25일) 사도광산 인근 야산에서 가해자 측은 빠진 상태로 따로 추도식을 진행했습니다. 특파원 연결해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정원석 특파원, 별도 추도식은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기자]
네, 추도식은 사도광산에서 1km 떨어진 기숙사 터에서 진행이 됐는데요.
이름 없는 야산 정상 부근에 있는 장소였습니다.
지금은 터만 덩그러니 남아, 마련된 제사상이 서글프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추도식은 어제 일본 측이 거부한 희생자 묵념으로 시작됐는데요.
박철희 주일대사는 '강제 동원'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박철희/주일 한국대사 : 사도광산에 강제로 동원돼 가혹한 노동에 지쳐 스러져간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영령에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분들의 마음에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앵커]
유족들은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기자]
추도식을 조용히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헌화하고 나오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추도식이 끝난 뒤엔 기도를 올리거나, 망자를 향해 말을 건네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소회를 묻고 싶었지만, 한국 외교부가 "유가족이 극구 반대한다"며 취재 일체를 막아 입장을 들어볼 순 없었습니다.
[앵커]
우리 측이 이렇게 따로 추도식을 진행한 데 대해 일본 정부가 입장을 밝혔다고요?
[기자]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유감"이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한국 정부와 그동안 "정중한 의사소통을 해왔다"면서 "추도식은 민간단체로 구성된 집행위원회가 개최했다"는 점을 애써 강조했는데요.
누구를 위한 추도인지 알 수 없는 '사도광산 추도식'이란 행사 명칭을 사용하고, 조선인 노동자를 위한 묵념조차 거부했죠.
그 책임을 wn최 측에 슬쩍 떠넘긴 겁니다.
주최 측은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건 큰 기쁨"이라며 "노동자들의 활약이 있었다"고 자축의 메시지를 내, 마치 추도식이 아닌 축하 행사를 방불케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문제는 일본 정부가 논란의 인사를 행사에 보냈고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단 거잖아요?
[기자]
일본 정부에서 추도식에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추도사'가 아닌 '인사말'을 전했죠.
그마저도 조선인 강제동원에 대한 인정이나 사과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일본 정부는 사전 논의 과정에서 추도식 명칭에 '감사'를 넣자고 주장해 우리 정부가 거부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 참배 논란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앵커]
일본 현지에선 어떤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보수 성향의 산케이 신문은 "이번 추도식은 과거 가혹한 환경에서 희생된 사도광산 전체 노동자를 추모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자국민의 피해만 부각하며 불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아사히 신문은 "한일 간 역사 문제를 둘러싼 불씨가 다시 부각되는 모양새"라며 전문가의 입을 빌려 "일본 측의 배려가 부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도광산 현지에선 일본 정부가 사과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아라이 마리/사도시의원 : (일본 정부가 사죄하지 않는 것을) 하나의 전략으로 삼고 있는데 눈앞에 있는 사람(유족)을 생각한다면 사죄의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취재 박상용 / 영상편집 이지혜]
정원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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